(이것은 카무이와 내가 재회한 직후의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정신을 잃었던 나는)
(눈을 감고 있는 동안 캄캄한 어둠속을 헤메었다.)
(차갑고 쓰라린 기억으로 가득한 꿈속의 공간을...)

???"언젠가는 이 세계도 변할거야."

("변하다니... 어떻게?")

(아름다운 은하수가 길게 늘어진 우아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전쟁이 사라지고, 천인과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가 올거야."

("설마...")

???"언젠가는 천인이 인간을 사랑하게 되고, 인간이 천인을 사랑하게 될지도 몰라."

(나는 아름다운 밤하늘과 어울리지 않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모로 흘렸다.)

???"넌 천인이 싫어?"

("응......")

???"어째서?"

("어째서냐니, 그야... 천인들이 지구에 쳐들어 와 인간들을 무차별하게 공격했으니까...")

???"하지만 우리들은 용서하지 않으면 안 돼."

(그는 나와 같은 양이전쟁의 피해자.)
(그도 나처럼 천인들에게 부모와 형제들을 잃었다.)
(그러나 그의 두 눈동자에는 일말의 증오도 담겨 있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에 모든것을 용서한 듯이...)

???"무언가를 잃는다는 건 말이지, 빼앗기는 듯 한 기분이 들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자연이 순환하는 과정의 일부일 뿐. 아무것도 미워할 필요는 없어."

("......")

???"난 말이지... 그걸 깨달은 후부터, 온갖 나쁜 감정을 버릴 수 있게 됐어. 분노, 증오, 질투... 전부 다. 난 네가 나처럼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어. 마치 천사처럼, 아무것도 미워하지 않고 다만 용서와 사랑만으로 가득해지길 바라..."

("난 그렇게 될 수 없어...")

???"될 수 있어. 분명히...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것 뿐이야. 그러니까...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잊지는 말아. 모든것을 용서하면 넌 행복해질 수 있어."

(그는 마치 믿지 못할 기이한 얘기라도 듣는 듯 새침해져 있는 내게 다가와 나를 다정하게 안아주었다.)

???"내가 도와줄게. 반드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넌 곧 내 아내가 될 여자...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안의 증오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겠어."

(나는 따뜻한 그의 품안에서 그의 심장이 뛰고 있는 소리를 들으며, 그가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주고 있음을 느꼈다.)

???"사랑해..."

("나도...")

???"언젠간 모든게 변할거야..."

카무이"그래... 모든것이."

(붉은 계열의 머리카락, 그리고 심해를 연상시키는 차디찬 색상의 파란 눈동자.)
(어느덫 나의 사랑하던 사람은 사라지고, 그가 서 있던 자리에 한 소년이 나타났다.)
(그것은, 내 안의 증오를 비추는 형상이었을까.)
(나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강한 혐오감과 두려움에 휩싸여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단순한 꿈이었을까...?)
(아니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견해주는 계시였을까.)

(문득 차갑고 쓸쓸한 눈물이 마구 새어나왔다.)
(눈물 한 방울, 한 방울마다 잊혀진 기억속 이야기를 하나, 하나씩 담고서 뺨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카무이.......")
단편집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