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 .
(미닫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어느 방 안.)
(그곳에 출입하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밖에 없었다.)
(나를 그곳에 가둔 소년)
(카무이밖에...)
(울다가 지쳐 쓰러져 잠들어 있던 나는 살며시 눈을 떴다.)
(그러자 내쪽으로 걸어오는 누군가의 발이 시야에 들어왔다.)
(작고 아담한 발)
(그것은 카무이의 것이 아니었다.)
다다닷 - .
("......")
(여자아이...?)
(얼핏보면 카무이로 혼동할만큼 그와 닮은 여자아이.)
(소녀는 꼼짝도 않고 누워만 있는 내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손가락 끝으로 쿡쿡 찌르기도 했다.)
(마치 처음보는 신기한 것을 보는 사람처럼...)
카구라"죽었냐 해 - ?"
(".........")
(나는 그 여자아이의 섀하얀 피부를 보고는 그녀가 야토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반사적인 행동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한 체념이었을까)
(나는 죽은듯이 드러누운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까지고 그럴 생각이었다.)
카구라"죽었냐 해...?"
(소녀는 가까이 다가와 내 얼굴을 살펴보았다.)
(나는 두 눈을 감고서 숨도 쉬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 소녀가 내 겨드랑이를 간지럽혔다.)
간질간질 - .
(".......")
간질간질간질 - .
(".........윽")
카구라"뭐야, 역시 살아있었다 해 - ."
(나와 같은 꼬질꼬질한 인간을 보고는 뭐가 그리도 즐거운걸까.)
(소녀는 두 눈을 깜빡이는 나를 바라보며 즐거운 듯 활짝 웃어보였다.)
카구라"넌 이름이 뭐냐 해?"
("........")
(대답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나는 망설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카무이와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눈앞의 소녀도 어쨌든 야토이기 때문에)
(두려웠으니까...)
카구라"난 카구라라고 한다 해!"
("........")
카구라"말을 못하는 거냐 해?"
("........")
카구라"...이거 먹어라 해!"
(소녀는 자신의 품속에서 꼬깃꼬깃한 종이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작지만 먹음직스러운 과자가 여러개 들어 있었다.)
카구라"카구라가 나중에 먹으려고 아껴둔거다 해. 너한테 준다 해."
(얼핏 보아도 야토임을 알 수 있는 생김새)
(그러나 마치 평범한 인간여자아이를 보고 있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간 말이다.)
(어쩐지 그리운 느낌이 나서)
(나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향한 경계를 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카구라"배고프지 않냐 해?"
("......")
(내가 과자를 먹지않는데도, 소녀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마치 인간처럼 그녀의 눈동자에는 슬픔과 외로움, 쓸쓸함이 담겨 있었다.)
카구라"이건... 설탕과자에 딸기쨈을 얹은거다 해. 이중에서 제일 맛있는거다 해. 카구라가 먹고싶지만 너한테 준다 해."
("........")
카구라"........."
(소녀의 손은 힘없이 멀어져갔다.)
(야토라기엔 믿을 수 없을만큼 인간과 닮은 표정)
(야토도 인간만큼 슬픔이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
(한동안 아무말 없이 슬픈 눈빛으로 바닥 위를 바라보던 소녀는 끝내 몸을 일으켜 뒤돌아서서는 돌아가려했다.)
(어쩐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게 슬퍼서)
(나는 굳게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배고파...")
(카무이에게 심하게 저항했던 탓에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쉬고 갈라진 목소리로 애써 소녀를 불러세웠다.)
("과자...먹고싶어...")
(내 목소리를 들은 소녀의 얼굴에서는 순간 빛이 일었다.)
(그것은 마치 세상을 다 얻은 사람처럼 활짝 웃는 얼굴)
(인간과 닮은 얼굴이었다.)
카구라"알겠다 해!"
다다닷 - .
(소녀는 내게로 황급히 돌아와서 과자를 건네주었다.)
(자기가 먹으려고 했다던 가장 맛있는 것을 말이다.)
(나는 그 과자를 반만 깨물어 먹은 뒤, 소녀에게 돌려주었다)
("같이 나눠먹자.")
카구라"에...?"
(내가 내민 반쪽짜리 과자를 보고서, 마치 신기한 일이라도 겪은 것처럼, 소녀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다.)
("같이 먹으면 혼자 먹을때보다 훨씬 맛있어.")
카구라"응....."
(소녀는 내게서 과자를 받아 자신의 입안에 넣었다.)
(오물오물거리며 먹는 모습이 제법 귀여웠다.)
(미워하는 카무이와 똑 닮은 얼굴인데도)
(나는 그 소녀가 싫지 않았다.)
("어때? 맛있지?")
카구라"으음... 잘 모르겠다 해. 맛은 똑같은 것 같다 해..."
("그래...?")
카구라"하지만 왠지 굉장히 기분이 좋다 해!"
(활짝 웃는 소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잠시나마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카구라"여기 아저씨들이 인간은 시시한 생물이라고 했는데, 역시 거짓말이었다 해."
(거짓말이아니다.)
(그들의 말은 사실이다.)
(인간은 눈깜짝할 사이에 천인들에 의해 무너져내렸으니까.)
카구라"넌 착한녀석이다 해!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해!"
("응...")
(소녀에게는 보이는 것 같았다.)
(보일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인간이 가진, 힘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그럼... 다음엔 같이 밥을 먹자.")
카구라"밥...?"
("인간들은 흰 쌀을 끓여서 밥이란 걸 지어서 먹거든. 같이 먹으면 분명 맛있을거야. 난 여기서 나갈 수 없으니까... 카구라가 만들어줄래...?")
카구라"알겠다 해!"
(나에게 부탁을 받은 소녀는 더할나위 없이 기뻐보였다.)
(그리고 소녀가 돌아간 후)
(나는 그녀가 언제쯤 돌아올까, 그것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드르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