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보이는 것이라곤 절망 밖에 없는 그 캄캄한 어둠속에)
(더 있다간, 몸도 마음도 전부 부숴져버릴 것만 같았다.)
(내 마지막 기억)
(그것은, 내 등 뒤로 피를 뚝뚝 흘리며 다가오는 소년과)
(한 손에 소총을 들고서 빛을 향해서 달려가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어느샌가 눈을 떴을 때, 나는 한 서당 안에 있었다.)
(외지에 홀로 쓰러져 있던 나를, 소요선생님께서 구원해 주신 것이다.)
(...또래의 아이들과 공부를 하고, 무술을 익히며, 나는 행복하게 지냈다.)
(그가 천인에게 살해당하기 전까지는...)
나"........으음.....소요선생님......"
???"....이 녀석, 청소를 하랬더니 빗자루는 나몰라라 내평겨쳐놓고 낮잠을 자고 있군."
???"냅둬. 피곤했나부지 - . 그렇게나 많은 부상자를 상대했으니..."
???"농담하지마. 이녀석이 없으면 지금 죽어가는 녀석들은 누가 돌봐준다는 거야. 지금은 힘들고 자시고를 따질 때가 아니라고."
???"하지만........ 서당에 있을 때의 꿈을 꾸는 것 같아."
???"...........그런가."
???"그땐 우리들 모두 행복했었잖아?"
???".........."
???"그녀석은 서당에 오기 전에 심한 꼴을 당해서... 그당시부터 아무것도 기억못하고 있고... 또다시 이런 전쟁터의 광경을 지켜보는 게 실은 굉장히 괴로울 거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부상자들을 위해서 그만 깨우겠어. 어이, 일어나!"
나"으음............"
???"어이, 일어나라니까!"
(나를 깨우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낯익은 목소리... 마치 소꿉친구 같은...)
???"어이 - !!! 베어버린다?!"
나"으으음.........신스.....케...?"
(힘겹게 눈을 떠 주변을 둘러본다.)
(신스케, 그리고 긴토키... 카츠라...)
(모두 내 친구들이다.)
나"아..... 잠들어버렸네 - ..."
신스케"뭐가 잠들어버렸네, 냐 - ? 바보자식..."
나".....내가 왜 바보야!"
신스케"이마에 자국 남았어!"
나".........."
긴토키"왠지 모르게 귀엽다니까... 이 녀석들..."
나"에?"
카츠라"그건 무슨 말인가, 긴토키?"
신스케"귀엽다니... 지금 나보고 하는 말이냐...?"
스릉 - .
(신스케가 칼집에서 검을 뽑으려다 멈칫, 한다.)
(끽, 하면 긴토키와 싸우겠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동료를 상처입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긴토키도, 하는 말이 조금 짓궂을 때가 있긴 하지만,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니까.)
긴토키"진정해 - . 그냥 니들 잘 어울린다고 - . 그러다 나중에 부부라도 되는 거 아니야 - ?"
나"...뭐, 뭣...?!"
신스케"전장에서 살다보니, 니가 외로움에 쩔어서 별 망상을 다 하는구나... 이이상 쓸데없는 소릴 지껄였다간 죽인다..."
카츠라"훗... 두사람 다 얼굴이 붉네."
나"........."
신스케".......시끄러. 너도 죽고싶냐?"
(꿍시렁거리면서도, 신스케는 얌전히 칼집에 칼을 도로 넣는다.)
(전쟁터 안이라 더욱 내 주변에는 남자들 뿐이어서)
(이렇게 누군가와 다리를 놓아주려는 듯 한 입담을, 나는 자주 듣는다.)
(그때마다 묘하게 가슴 한 구석을 찔러오는 아픔)
(그것은 어째서 생기는 걸까.)
병사"천인 - !!! 천인들이 습격해옵니다 - !!!"
나"이런... 벌써 - ?!"
신스케"가지."
긴토키"응!"
타다닷 - .
사카모토"아아, 이거 미안하네! 볼일 좀 보고 오느라, 하하하!"
카츠라"......."
스릉 - .
신스케"이자식, 김새는 소리 하지마!!! 빨리 칼들고 나갈 준비해!!! 적습이다!!!"
사카모토"아니, 퇴각해간지가 얼마 안 되었는데 벌써 말인가 - ? 알겠네! 하하하!"
신스케"뭐가 허구언날 하하하, 냐!!! 진지하게 좀 임할 수 없어?!!!"
긴토키"빨리 가자구!!!"
나"......."
(이윽고 신스케와 긴토키가 서둘러 밖으로 뛰어나간다.)
(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기도한다.)
(부디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고...)
카츠라"자넨 여기서 부상자들을 계속 돌봐주게."
나"...맡겨줘!"
사카모토"다녀오겠네! 하하하!"
나"...조심들 해!"
(전장을 향해서 달려나가는 친구들의 뒷모습)
(그것을 바라보는 것은 매우 가슴아픈 일이다.)
(그러나 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기에)
(가만히 앉아서 걱정하고 있을 시간따윈 없다.)
(나는 내 할 일을 하지 않으면...)
(부상당한 병사들의 상처를 치료하며)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들에게 힘을 보탠다.)
(그것이, 매일 내가 생각하는 전부.)
(그 외의 것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어렸을 적의 기억은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없지만)
(그것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어째선가, 떠올리면 굉장히)
(가슴이 아플 것 같아서...)
병사"부상자입니다 - !!!"
나"네 - !!! 이쪽으로 오세요 - !!!"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the end-
단편집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