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코"저... 이제 저에게 볼일은 없으신 거죠?"
(나는 진지한 목소리로 그에게 확답을 요구했다.)
(조금 예민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이 길의 앞에 나를 없애기 위해서 그가 숨겨놓은 자객이 없을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었다.)
카무이"없어. 아, 한 가지..."
(별다른 고민 없이 곧바로 대답을 돌려주던 그는, 이내 무언가 떠오른 듯 나를 똑바로 주시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카무이"벗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꽃잎이 떨어질 때는 어떤 광경이 펼쳐지는지... 가르쳐주지 않을래?"
마타코"음..."
(잠시 고개를 갸웃, 했지만 나는 곧 뺨을 긁적이며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분홍색 꽃잎이 춤을 추듯 내려오는 그 광경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까지,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마타코"벗꽃은 4-5월쯤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네 개의 분홍색 꽃잎을 가지고 있고, 마치 클로버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요.
크기는 작지만 가지 하나에 무수히 많은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절정기가 오면 굉장히 화려한 모습을 하게 되죠.
절정기가 지나면 낙화의 시기가 오는데, 그 때도 절정기 못지 않게 정말 아름다워요. 보통 벗나무를 떠올리면 가지에 피어난 모습보다는 낙화의 모습을 떠올릴만큼요.
아름답지만 너무나도 가녀린 그 모습은 인간들의 정서를 아주 잘 반영하고 있기도 해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그 흩날리는 꽃잎을 보고 있으면, 왠지 자신이 그 무수히 많은 꽃잎 중 하나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그 잎 하나 자체는 별 의미가 없지만, 여러 개가 모여 그들의 화려함을 뽐내며 조금씩 가라앉는... 그 모습이..."
(한동안 자신이 만들어 낸 분홍빛 환상 속에 푹 빠져 있던 나는 바람소리만이 고요한 정적의 틈에서 깨어나 제독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카무이"........."
(무언가를 굉장히 안타까워하는 듯 했던 좀 전의 모습과는 달리 그의 표정은 상당히 즐거운 듯 바뀌어 있었다.)
(그의 곁에서 너무 눈치만 보며 지냈던 탓일까, 어느덫 그의 사소한 표정변화만으로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타코"저... 혹시 지금 상상하고 계신 건가요?"
(반드시 내 생각이 맞다고는 할 수 없다.)
(이것은 추측일 뿐이고, 냉혈인간인 그가 벗꽃의 낙화와 같은 화려한 광경을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기 때문이다.)
카무이"내가 그런 상상을 할 리가 없잖아."
마타코"뭐어... 그건 그렇죠..."
(함께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의외였지만...)
카무이"그저... 생각했을 뿐이야."
마타코"...?"
(기분 탓이었을까, 평소와 같은 낮은 템포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에서 왠지 모를 상냥함이 느껴졌다.)
(문득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니, 그는 내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대입해보면 뭐랄까, 마치 무언가 아주 따뜻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듯 했다.)
카무이"굉장히... 즐거울 것 같다는..."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그의 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마타코"...당신도 참, 생각치도 못했던 의외의 면을 가지고 있군요."
(이윽고 내가 입을 열자, 그는 나무에서 시선을 거두어 내쪽을 쳐다보았다.)
카무이"그게 무슨 말이야?"
마타코"딱히 나쁜 뜻은 아니구요... 그냥, 말로 위협하는 것 보다는 실제로 심하게 대하지 않는다던지...
좋아하는 사람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다던지... 그런 면이..."
카무이"하핫... 작게 말해봤자, 다 들리는데."
마타코"........"
(확실히 일부러 들으라고 말한 거였지, 나...)
(사내주제에, 보고 있으면 답답할 정도니까. 이 사람...)
카무이"쓸데 없는 소리 할 거면 얼른 꺼져 - ♪"
(역시... 욕 할 때도 웃는구나, 이 사람...)
마타코"...알았어요."
(결국 발걸음을 돌려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마타코"............."
(그러다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왜 내가 저 인간에게 끝까지 이런 대우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기왕 보내주는 거, 마지막 가는 길만큼은 상냥한 목소리로 '안녕'이라고 말해주면 어디 덧나나...)
(당최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카무이"참, 너한테 이 말을 해준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는데..."
마타코"?"
카무이"타카스기녀석 말이야, 네녀석을 제법 아끼고 있는 것 같아."
마타코"에...?"
카무이"전부터 조금 눈치 채고는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알았어."
마타코".........."
카무이"그러니 포기하지 마. 날 위해서라도."
마타코"다, 당신을 위해서라니... 도대체..."
카무이"글쎄 - ♪"
- the end -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