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리들은 지구로 오게 되었다.)
(그가 원한다는, 분홍 빛의 화려한 낙화를 찾으러 말이다.)
(찾으러 왔다고는 해도, 지금은 한 여름이지만...)
마타코"글쎄, 지금 이 시기에는 지구 어디엘 가도 벗꽃은 없다니까요 - ."
(안내를 해달라고 한 주제에 어느덫 앞장을 서서 걸어가는 제독녀석.)
(아무리 말을 해봐도, 내 말은 전혀 듣고 있지 않는 듯 보였다.)
카무이"그정도는 나도 알아."
마타코"근데 벗나무는 찾아서 뭐하게요?"
(나는 지친 듯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내쪽을 돌아보았다.)
카무이"다음에 꼭 같이 벗꽃을 구경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미리 장소를 알아두려고."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들판 한 가운데 푸른 잎사귀가 커다랗게 그늘을 드리운 벗나무가 우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타코"...이 나무에요. 작년에 제가 봤을 땐 이 나무가 주변의 어떤 나무보다도 더 화려하게 꽃을 피웠었어요."
카무이"음... 예상은 했었지만 역시 이런 상태로는 감이 잘 안 오는 걸."
(제독은 손에 턱을 괸 채 옅은 미소를 띈 얼굴로 길게 뻗은 가지를 새파랗게 드리운 한 여름의 잎사귀를 올려다보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마타코"저어... 당신, 혹시 벗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신가요?"
카무이"응. 그런데, 왜?"
마타코"............."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다운 봄의 장관인 벗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니...)
(문득 그의 고향에는 감수성이 매말라버린 사람 밖에 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제독 한 사람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만큼 냉혈인간인 사람도 드무니 말이다.)
카무이"아, 이제 그만 돌아가도 돼."
(그 때, 문득 그가 입을 열었다.)
(멍하니 나무를 올려다보던 나는 허리에 팔짱을 끼며 눈살을 찌푸렸다.)
마타코"예, 예 - ."
(그리고는 괜스레 바닥의 돌멩이를 툭, 걷어차며 뒤로 돌아섰다.)
(지구에 온 건 정말 오랜만이라 좀 더 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그저 속으로 꿍시렁 대는 수 밖엔 없었다.)
(기왕 같이 나온 거 같이 경치구경 좀 하면 어디 덧나나, 하고 말이다.)
카무이"타카스기녀석에게 안부전해주고."
마타코"...?"
(그 때, 나는 그의 말에 나는 멈칫, 하며 걸음을 멈춰세웠다.)
('혹시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하고 말이다.)
마타코"저... 그게 무슨... 혹시..."
카무이"응?"
마타코"저보고... 귀병대에 돌아가라는 말씀이신가요?"
(현실이 잘 믿기지가 않아서,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하며 지금 이게 꿈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살갗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과 살랑살랑 춤을 추는 들판...)
(확실히 꿈은 아니었다.)
(이윽고 가만히 나를 응시하던 제독이 입을 열었다.)
카무이"그래. 그게 아니면 무슨 뜻으로 이해한 건데?"
마타코"저, 전 먼저 하루사메의 함선에 가 있으라는 건줄 알았죠..."
(그동안 여러가지로 괴롭힘을 당하긴 했지만...)
(어쩌면... 의외로 상냥한 구석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의 직업이 해적단의 제독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말이다.)
카무이"우리쪽에 남고싶은 거라면 그래도 돼."
마타코"그런 건 절대로 아니구요..."
카무이"그럼 그만 가 봐."
마타코"네......"
(아무것도 생각치 않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다,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살며시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제독의 어깨너머까지 들리도록 중얼거렸다.)
마타코"저어..."
(그러자, 그가 내쪽을 돌아보았다.)
카무이"?"
마타코"갑자기 절 보내주는 이유가 뭐에요...?"
(나는 그를 향해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가 가볍게 웃어보이며 대답했다.)
카무이"타카스기녀석의 태도가 하도 까칠해서 말이야. 일단은 동맹관계이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아서. 무엇보다 하루사메 내에 퍼지고 있는 이상한 소문도 있고..."
마타코"...이상한 소문이라뇨?"
카무이"그게 말이지... 생각해봤는데, 곧 떠날 사람은 모르는 게 좋을 것 같아."
마타코"에엣...?"
(무슨 말인지, 조금 신경쓰이긴하지만...)
(뭐, 귀병대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으니 아무래도 좋다.)
(이제 신스케님을 다시 뵐 수 있는 것이다.)
(태도가 까칠하다는 건...)
(역시 신스케님께서도 분해하고 계셨던 거겠지.)
(그것이 나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건, 오로지 내 욕심일 뿐이겠지만...)
마타코"........."
(잠시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정신을 차린 후 선명한 시야를 되찾았다.)
(그러자, 가만히 나무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제독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마치 무언가를 머릿속에 그려내려는 듯, 그러나 그러지 못해 안타까운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