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소와 다름 없이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며 오전의 시간을 흘러보냈다.)
(침대 위에 누워 이리저리 둥굴거리다 문득 시계를 돌아보니 어느샌가 바늘이 12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과에 진절머리가 날 때즈음, 나는 잔뜩 흐트러진 이불을 내팽겨쳐놓고 나른한 몸을 일으켰다.)
(사방이 꽉 막힌 조용한 공간. 오늘도 별다른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그 때, 난데 없이 제독이 내 방을 찾아와 '에도에서 벗꽃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마타코"........."
(노크도 없이 벌컥 문을 열면서 말이다.)
(그의 등장에 당황한 나는 기지개를 펴다 말고 그대로 멈추어버렸다.)
(할 말을 잃은 채 멀뚱히 그의 눈치를 살피고 있자니, 괜스레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서서히 뒷걸음질을 칠 때 즈음...)
카무이"넌 에도출신이니까, 그정도는 알고 있지? 날 그곳으로 안내해줬음 하는데."
(그가 깔끔하게 웃는 얼굴로(다소 협박하는 느낌) 말을 이어나갔다.)
마타코"알고는 있는데요... 갑자기 왜..."
카무이"이유는 데려다준 후에 가르쳐줄게 - ."
(그 상쾌한 웃음을 바라보고 있자니, 늘 그렇듯 왠지 모를 오싹함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가슴속에 어떤 새까만 꿍꿍이를 숨기고 있을지 알 수가 없달까...)
(여러가지로 불길했지만, 거부해봤자 손해라는 것만큼은 확실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결국엔 그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부탁이랄까, 자연스레 명령에 따르는 듯 한 분위기로 이어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