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인이 처음 지구를 침략했을 당시)
(야토족은 지금과 달리, 전 우주에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현재는 야왕 호센에 이어 카무이가 지도자가 되어서, 각지에 흩어져있던 야토족들을 끌어모아 하루사메의 간부계급을 형성하고 있지만...)
(그 때의 야토족들은, 개인 혹은 굉장히 작은 소규모 집단으로 존재했었기 때문에 거대한 세력의 용병 등으로 활동하며 생계를 유지해야만 했다고 한다.)

(야토족이 가진 힘은 우주각지의 지배층에게 인정받고 있었고, 그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용도로 이용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은 가진 거라곤 힘 밖에 없는 야만한 존재로 여겨져 천대를 받게 되었다.)

(내가 지구에서 처음 카무이를 만났던 것은...)
(카무이와 그의 아버지인 바다돌이가 이누이족의 무기로서 고용 되어 지구 침공에 가담을 했던 것이 계기였다.)

(엄연히 따지자면 그저 주어진 일에 충실했을 뿐, 딱히 그들이 지구나 인간에게 악의를 품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피해자들에게 가해자들의 잘못을 해명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어떤 방식으로 돌려 생각해봐도 그들이 아무런 죄도 없는 인간들을 공격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인간들의 분노, 증오심도 사라지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천인을 용서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그들에게 빼앗겨버렸다.)

(집, 가족, 친구들, 연인, 그리고 나 자신까지도...)

(다시 되찾을 수도 없는 것들을.)

(".........")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는 해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내게 유독 많은 불행을 떠넘긴 그사람만은, 용서할 수 없다.)

카무이"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지 다 말 해..."

(도대체 무슨 어처구니 없는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내게 그런 나쁜짓을 해놓고, 마치 선행을 베풀기라도 하는 듯 한 파렴치한 태도를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걸까.)

("...나쁜 자식.")

(두 손을 꽉 쥐고, 어금니를 악 문다.)

(나는 절대로 용서못한다. 아니, 안 할거다.)

..................
............
.......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의 얼굴, 그의 슬픈 눈빛이다.)

(어째서 그 눈빛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는 걸까.)

(어쩌면 마지막이 아니라, 지금껏 몇 번이고 보아왔던 눈빛일지도 모른다.)
(그저 그의 감정이 얼마나 간절한 것인지를 깨닫지 못했을 뿐.)

(그래...)

(그는 나를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기다렸다.)

(지금껏 자신이 속았다고 생각했지만, 그에게 악의가 있든 없든 간에 오늘을 계기로 그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만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떨어져 있던 시간이 너무 길어서, 자신이 그를 잘 안다고는 말 못하지만...)

(손 끝으로 전해지던 그의 온기가 그것을 증명해주었다.)

(그래...)

(얼마나 간절했으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언제나 상처입는 것은 나 하나 뿐만이 아니라는 그의 말만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다섯 번째 이야기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