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이"넌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그때의 웃는 얼굴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어.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그래서 너한테 질투가 나... 분명 나 같은 건 잊어버리고 자신만의 사랑을 찾았을 테지... 지금껏 수도 없이 사랑을 하고, 행복해 하고, 후회하고, 슬픔을 느껴왔겠지... "
(".........")
(문득 그의 열 손가락이 내 두 팔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카무이"난 그동안...계속해서 널 향한 감정과 싸워왔어......"
("읏...!")
(이윽고 그의 손길을 통한 매서운 증오가 나의 살갗을 죄어왔다.)
카무이"그건 그 어떤 커다란 상처보다 더 고통스러운 거야... 아무리 내가 무시하고 싶어도 끝도 없이 집요하게 가슴을 찔러대거든..."
(".........")
(두 손으로부터 미세한 떨림이 전해질만큼,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 무언가를 강하게 억누르고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커다란 인내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는 입술 위로 떨어지는 그의 뜨거운 숨결만으로도 알 수가 있었다.)
카무이"넌 내가... 이쯤에서 포기하길 바라고 있겠지...?"
(".........")
카무이"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 그정도는 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어..."
(나는 어느덫 숨 막히는 긴장감에 자신의 사지가 경직 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그의 낮고 느린 템포의 목소리 때문인지,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짙은 긴장감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카무이"하지만 난 싫어... 이제야 겨우 널 만나게 됐는 걸... 나도 그만 결실을 맺고 싶어... 이제 겨우 그런 열망이 타오르기 시작했는데... 포기따윈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아..."
(".........")
카무이"내가 얼마나 간절한지... 넌 모를 거야..."
(나는 끝내 견디지 못하고 두 눈을 꼭 감아버렸다.)
(그러자, 답답함을 참을 수 없다는 듯 그가 갑자기 내 몸을 붙잡으며 거칠게 흔들었다.)
카무이"부탁이니까... 가만히 듣고 있지만 말고 내 눈을 봐. 내 심정이 어떨지,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해보라구!"
(".........")
카무이"난 너한테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야... 하다못해 나를 봐달라는 거야... 네가 어떤 식으로 날 찔러왔는지, 너도 알아줬으면 한다고. 나도 그동안 너에게 많이 상처 받았다는 걸, 그 증거가 이렇게 잔뜩 있다는 걸 말이야...!"
(이윽고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그의 손이 약혼반지가 끼워져 있는 내 왼손을 강하게 휘어잡았다.)
(순간 몸이 휘청, 하고 앞으로 쏠릴만큼, 그의 힘은 강했다.)
("뭐, 뭐하는 거야...?")
카무이"이런 건 이제 그만 버려."
(나는 강제로 반지를 내 약지에서 빼내려 하는 그에게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싫어...!")
카무이"버리라면 버려...! 이런건 이제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거 너도 알잖아 - ! 더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녀석을 그리워해봤자, 네 가슴만 아플 뿐이라고...!"
("그냥 내버려 둬 - ! 넌 아무 상관 없잖... 읏...!")
카무이"없긴 왜 없어! 지금껏 너도 나를 수도 없이 괴롭혀왔으니 내게도 네 일에 관여할 자격정도는 있는 거 아냐? 설마하니 지금까지 자신이 저질러왔던 일들을 전부 모르는 척하려는 건 아니겠지?!"
털썩- .
("꺄아 - !!!")
카무이"이이상 날 화나게 만들지마... 그러지 않아도 미칠 것 같으니까...!"
(그는 화산이 폭발해 용암이 솟구치다 이내 흘러내리 듯, 엄청난 기세로 나를 붙잡고 시트 위에 넘어뜨린 뒤 나의 다섯손가락 사이에 깍지를 끼우며 양 손을 강하게 쥐었다.)
(겁에 질린 필사적인 몸부림은 조금도 소용이 없었고, 그는 처절한 내 절규소리를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 목에 입술을 묻고, 키스를 하거나 깨무는 등 제멋대로 행동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그의 몸, 그의 강박한 움직임이 가녀린 내 가슴을 순식간에 공포로 뒤덮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완전히 그에게 속박당했다.)
(침대시트와 그의 피부 사이라는 좁은 공간, 꼼짝할 새도 없이 그 안에 갇혀버린 것이었다.)
("놔...!")
(절망적인 이쪽의 상황은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 그의 손은 자신의 욕망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거침 없이 나의 허리를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끝내는 범접해선 안 될 곳까지 닿고야 말았다.)
(순수하고 깨끗한, 지금껏 소중히 지켜왔던 곳을 말이다.)
(그의 손이 그곳을 향하는 순간,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인간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짜릿한 감각이 흐르기 시작했다.)
(커다란 수치심이 파도처럼 밀려오면서도, 한 편으로는 두 팔과 다리가 마취를 받은 듯 힘 없이 흘러내리고, 시야가 뿌옇게 변하며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눈물이 마구 새어나왔다.)
(그러한 상황속에 시간이 조금 흐르자, 머지 않아 새하얀 시트가 황폐해진 대지처럼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흐트러졌고, 난폭한 행동으로 인해 움푹 패인 베개가 불건전한 땀방울로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나는 그 모든 것이 나를 향한 그의 지독한 집착이라고 생각했다.)
(나약함으로 가득한 내 삶에서 유일하게 홀로 우뚝 선 자, 내게 있어서 그는 그런 사람이었기에.)
(결국 내가 원망할 수 있는 것은 그의 견고한 자존심을 건드린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카무이"잊지마. 상처 입는 건..."
(그 때, 문득 그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카무이"언제나... 너 뿐만이 아니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