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사메에 도착하자마자, 높은 곳에 위치한 난간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 제독이 있었다.)
(그는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저 내가 돌아왔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뿐)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고 그대로 돌아서서, 오늘도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난 잘 모르는, 그만의 일상속으로 말이다.)
타다닷 - .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그의 뒤를 쫓아갔다.)
마타코"잠깐만요...!"
(내 부름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그는, 나를 보자마자 귀찮게 하지 말라는 듯 눈썹을 지푸렸다.)
(아직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어째선지 신경이 상당히 예민해져 있는 듯 했다.)
(다소 지친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카무이"왜?"
마타코"헉... 헉...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카무이"쓸 데 없는 소리 하면 죽을 줄 알아."
마타코"........."
(순간, 움찔해버리고 말았다.)
(분명 좀 전까지만 해도 의지를 불태우며 당당히 말을 꺼내려 했는데...)
(그의 낮게 깔린 목소리, 살벌한 한 마디에 의지가 순식간에 가라앉아 버렸다.)
(역시 이 사람은 무섭다...)
(의지로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카무이"하고 싶은 말이란 게 뭐야? 사람을 불러 세웠으면 말을 해야 할 것 아냐."
마타코"에... 그러니까... 음, 음...!"
(나는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서 헛기침을 두어 번 한 뒤,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그를 향해 검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마타코"...당신은 말이죠 - !!! 싸움 밖에 모르는 야만한 종족에, 비겁한 해적이에요 - ! 피도 눈물도 없는 불한당에... 남의 입장 같은 건 생각도 않는 이기주의자에, 툭 하면 화 내고 폭력을 휘두르는 성격파탄자죠 - !
정말이지, 최악이라구요 - !"
(속 시원하게 내뱉긴 했는데... 역시 너무 지나치게 대담했던 걸까...)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팔다리가 바들바들 떨린다.)
(눈 앞의 남자에게서 전해져 오는 농도 100%의 진한 살기에 금방이라도 살해당할 것만 같다.)
(이 사람... 내게 이용가치가 있다고는 했지만, 이번만큼은 정말로 날 죽여버릴지도 모른다.)
(나... 아직은 좀 더 살고 싶다.)
(만약 시간을 거스를 수만 있다면 아마 다신 그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러니 이제는 그가 나의 순수한 의도를 알아차려주기만을 기도할 수 밖에 없다.)
마타코"................"
(역시 나... 죽는 걸까.)
카무이"..............."
(부탁이니까 뭔가 말 좀 해, 이 바보제독...)
(아무 말도 안 하고 쳐다만 보니까 더 무섭잖아...)
마타코"...................."
(역시 좀전에는 너무 심했던 걸까...)
(너무 솔직했던 걸까...)
카무이"...................."
(...살해당한다.)
(분명 살해당한다.)
카무이"...너도 제법 잘 떠드네. 평소에도 좀 그렇게 당당하게 굴어봐."
마타코"에...?"
카무이"그정도는 해줘야 내 부하들도 널 우습게 보지 않을 거 아냐."
(분명 살해당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예상과 달리 그는 딱히 화를 내지도, 내 말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내 어깨 위에 툭, 하고 손을 한 번 얹고는 그대로 가던 길을 갈 뿐이었다.)
터벅 터벅 - .
(순간 할 말을 잃어버린 나는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마타코"..............."
(이전에는 그렇게나 심한 짓을 했으면서...)
(어째서 오늘은 이렇게 관대한 걸까.)
(내게 흥미를 잃은 걸까.)
(아니면...언제나 심술을 부렸던 것 뿐, 원래 성격은 달랐던 걸까.)
(좀 전처럼, 의외로 상냥한 구석도 있는 사람인 걸까.)
마타코"설마........"
(뭐가 어쨌든 이것으로 만족한다.)
(난 절대로 저 사람에게 지지 않을 거다.)
(신스케님을 위해서, 귀병대의 간부로서, 자긍심을 잃지 않을 거다.)
(다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