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이"내가 좀 늦은 것 같군.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마타코"전 괜찮아요. 반사이선배도 얼른 앉아서 드세요."
(빠른 걸음으로 객실 안에 들어온 반사이선배는 갑자기 동작을 멈춘 채 깨끗이 비워진 접시가 가득 쌓여 있는 식탁 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반사이"...상당히 배가 고팠나보군, 그래."
마타코"역시 반사이선배 음식솜씨는 변함이 없네요. 어째서 요리사가 안 되고 사무라이가 됐는지 이해가 안 된다니까요."
반사이"...왠지 칭찬이 칭찬처럼 들리지 않는다만."
마타코"기분 탓이에요, 기분 탓. 뭐해요, 얼른 안 앉고."
(나는 멀뚱히 서있는 반사이 선배를 자리에 앉힌 뒤 양 손에 각각 포크와 숟가락을 들고 다시금 식사에 열중했다.)
와구 와구 와구 - .
반사이"...........하루사메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은 건가?"
마타코"예... 왠지 그쪽의 음식은 입맛에 잘 맞지 않아서요."
반사이"그랬군. 많이 들게나. 난 신경쓰지 말..."
마타코"선배님 감자튀김 Get해갑니다!"
반사이"................"
와구 와구 와구 와구 - .
마타코"방심하는 쪽이 잘못한 거니까, 원망은 마세요."
반사이"아니, 딱히 원망할 생각 같은 건 없네. 많이 들게."
(사실 배는 이미 예전에 가득 찼다.)
(하지만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도무지 그만 둘 수가 없다.)
마타코"꺼 - 억 - ."
반사이"................"
(그로부터 잠시 후, 나는 봉긋 솟아오른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누웠다.)
반사이"...자네가 이렇게 잘 먹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군."
마타코"죄송해요, 선배. 거의 다 제가 먹어버렸네요."
반사이"난 신경쓰지 말게나. 그보다, 중요한 걸 묻는 걸 깜빡했는데..."
(그 때, 문득 반사이 선배의 목소리가 진지하게 변했다.)
(분명 중요한 얘기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너무 밥을 열심히 먹는 바람에 선배도 그만 까먹어버린 것 같았다.)
반사이"하루사메에서의 생활은... 어떤가?"
마타코"........."
(그러고보니, 나... 지금은 그곳에서 살고 있었지, 참.)
(바보같이, 귀병대에 돌아온지 얼마나 됐다고...)
(마치 예전처럼 이곳이 내 생활터전인 듯 착각하고 있었다.)
(이젠 좀 더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타코"딱히 나쁘진 않아요...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니지만요. 나름 지낼만 해요. 조금 적응하기가 어려울 뿐..."
반사이"그런가..."
마타코"예... 아무래도 전 어렸을 때부터 귀병대에서 자랐으니까요. 갑자기 바뀌어 버린 환경이 굉장히 낯설달까..."
반사이"그럼... 제독과는 어떤가?"
마타코"제독이요...?"
(반사이선배로부터 제독에 대한 질문을 받는 순간, 그의 형상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까칠한 표정, 냉정한 목소리... 어느새부턴가 가식적인 웃음조차 사라진 무서운 얼굴.)
(모든 것은 나를 향한 증오심, 정확히 따지자면 신스케님을 향한 감정...)
반사이"심한 처사를 당하지는 않았는가?"
마타코"딱히 그런 일은 없었어요. 그다지 친절하게 대해주는 건 아니지만..."
반사이"...마타코, 자네가 꼭 들어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네."
마타코"...?"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소 심각한 표정의 반사이선배와 마주보았다.)
반사이"혹시라도 심한 처사를 당한다면... 그것을 무리하게 참을 필요는 없네."
마타코"..........."
반사이"자네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홀로 참아내는 건 귀병대를 위한 일이 아니네."
마타코"어째서..."
반사이"제독이 어떤 목적으로 자네를 데려갔는지 아는가?"
마타코"아뇨...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반사이"부하를 빼앗긴다는 것은 상관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수치... 제독은 귀병대 대원들의 사기를 바닥까지 떨어뜨리기 위해 그 수단으로 신스케님의 자긍심을 이용한 거라네. 그렇게 해서 좀 더 하루사메에 복종하도록 만들려는 거지. 자네는 아는지 모르겠네만... 그 자가 정상의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영악하기 때문이네. 실제로 가끔 무차별하게 무언가를 부술 때를 제외하고는 상당한 지략가라고 하더군.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나?"
마타코"..............."
반사이"정말로 신스케님을 위한다면... 좀 더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게나."
마타코"예......"
(선배의 말을 듣는 순간, 그저 그 한 마디 말 밖에는 내뱉을 수가 없었다.)
(귀병대를 떠나 하루사메에 도착해, 지금껏 생활해오면서 그런 당연한 것을 깨닫지 못한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서...)
(어째서 이제와서 그걸 깨달았는지에 대해 자신을 질책하게 되었다.)
(이런 나를, 신스케님께선 여전히 귀병대에 필요한 존재로 여겨주실까.)
(이런 바보 같은 나를...)
(문득 떠오르는 그의 모습에, 커다란 죄책감이 가슴을 찔러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