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코"...당신, 의외로 가엾은 사람이군요."
카무이"...네녀석따위한테 쓸 데 없는 동정이나 받자고 내뱉은 소리가 아니야. 이제 이곳에서 생활하게 됐으니 너도 이곳의 규율을 따르고 내 명령을 들으란 거야. 그러지 않으면 다른 녀석들과 마찬가지로 목을 자르겠어."
마타코"그, 그치만 전........"
카무이"온전한 동맹을 유지해야 하잖아? 이게 다 그녀석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어때?"
마타코"..........."
(나는 차마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카무이"이제좀 알겠어?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입장인지."
마타코"예........"
카무이"그럼 내 맘대로 하겠어. 너도 이젠 아무래도 상관 없겠지?"
마타코"...그대신 신스케님을 뵙게 해주세요."
(어차피 돌아갈 수 없는 거라면 하다못해 그사람의 얼굴만이라도 보고싶다.)
(난 앞으로도 영원히 그사람만을 위해 살아갈 테고, 그 사람만을 그리워 할 테니까.)
(설령 그리움으로 끝난다 해도, 온전한 사랑으로 지켜낼 수 있다면 상관 없다.)
(단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마지막으로 그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이다.)
카무이"그건 안 되겠는데."
(그는 내 간절한 부탁을 딱 잘라 거절했다.)
(평소와 같은 상쾌한 웃음을 지으며 말이다.)
마타코"...그럼 반사이선배라도 만나게 해줘요."
(선배를 만나 그의 안부를 전해듣는 것)
(그래... 그것만이라도 가능하다면 그나마 견딜만 할 것이다.)
카무이"그래. 그건 네 맘대로 해."
마타코"...예."
(말을 끝마친 후, 나는 뜨거운 이마 위에 손을 얹고서 휘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타코"그럼, 전 머리가 좀 아파서 쉬러..."
(이윽고 내가 침실로 돌아가려하는 순간)
덥썩 - .
(갑자기 그가 내 팔을 붙잡았다.)
카무이"기다려."
마타코"...?"
(그는 다짜고짜 내 팔을 끌어당겨 자신에게 가까이 밀착시켰다.)
카무이"선택해, 두 개의 절망 중에서. 넌... 내 부하들의 장난감이 되는 것과 내 장난감이 되는 것, 어느쪽이 더 낫다고 생각해? 설마하니, 후자라고는 하지 않겠지?"
(그의 말에 화가 치솟았지만, 애써 눌러참는 수 밖엔 없었다.)
(그 어떤 저항도 무의미하다면 적어도 끝까지 침착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손을 꽉 쥐고서 나를 업신여기는 그의 태도 앞에서도 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
마타코"...후자가 더 좋다고 한다면요?"
(그 때, 내가 내뱉은 대답은 스스로 생각해도 상당히 어리석은 대답이었다.)
(그 말을 내뱉기 전에도 생각치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쪽에서부터 그런 대담한 말을 내뱉으면 그의 반응이 어떨지)
(놀라든지, 당황하든지. 어느쪽이든 지켜보고 싶었다.)
카무이"..........."
(예상대로 그에게 있어서는 생각치 못했던 답변이었는지, 그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애당초 그에게 나를 향한 뜨거운감정따윈 일말조차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저 그쪽에서 이쪽을 시험하듯이, 이쪽에서도 그쪽을 시험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마타코"그땐 어쩌실 건데요?"
카무이"...이미 알고 있을 텐데?"
마타코"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어디 한 번 보여주시죠."
(그런데 그 대담함이 너무 지나쳤던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그를 과소평가 하고 있었던 탓일까.)
(마치 생각이 짧았던 나를 다그치기라도 하듯, 하늘은 내게 커다란 불행을 안겨주었다.)
카무이"...그렇게 나오시겠다?"
덥썩 - .
마타코"꺄아 - ! 이, 이게 무슨... 으웁...!"
(...그는 갑자기 내 몸을 끌어당겨, 내게 키스를 했다.)
(내 뒤통수를 단단히 붙잡은 채 난폭하게 깨물고, 끌어당기며)
(단 한 번도 범해진 적이 없는 내 가녀린 입술에 깊은 상처를 냈다.)
(그런 것도 품에 안겼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나와 그의 몸은 완전하게 밀착 되어 있었지만...)
(그것은 '안겼다'는 말보다는 '갇혔다'는 표현에 더 어울릴만큼 강제적이었다.)
마타코"읏...!!!"
(손을 뻗을 틈조차 없고, 두 다릴 움직여 도망갈 수도 없었다.)
(몸부림 친다 한들 모두 부질 없는 짓이나 다름 없을정도로 그는 강했다.)
(결국에는 온 몸에 기운이 빠져버렸고, 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수 밖에 없었다.)
......................
.................
............
(그런데 어째선지 내 저항이 줄어들 때 즈음, 그는 언제그랬냐는 듯 나를 놓아주었다.)
(그러한 그의 행동에는 그 어떤 감정도, 미련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내게 아무런 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증거였다.)
카무이"...퉷."
(그 때, 나는 그가 나를 통해 다른 누군가를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극도로 혐오하는 누군가를 말이다.)
(어떻게 알 수 있으냐고 묻는다면...)
(그의 행동에서 드러나는 분노의 감정이 단순히 나를 향한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짙고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