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독은 희미하게 눈썹을 찌푸린 채 한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카무이"앗하하하핫 - !"
마타코"...?"
카무이"이제보니 그거, 그냥 자신의 무능력함에 대한 변명일 뿐이잖아. 그런걸 그렇게 거창하게 써놓다니... 지구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그런 게 아름다워? 정말 감동적이라고 생각해? 하하하핫 - !"
마타코"...다, 당신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인간을 바보취급하지 마세요!"
(기껏 사람이 진지하게 대답해줬더니...)
(나는 그를 향해 검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제법 대담하게 소리쳤다.)
(그의 예의 없는 행동에 화가 치밀어올랐기 때문이다.)
마타코"마타코의 말은 틀리지 않았어요! ...만일 남자가 자기 마음을 우선시 하는 이기적인 행동을 저질러서 여자의 발을 묶어놓았다면, 여자가 평생 불행하게 살았을 거란 생각은 안 드나요? 그런 건 진짜 사랑이 아니라구요!"
카무이"무슨 말을 해도 전부 변명일 뿐이야. 여자의 행복이라는 자신이 보고싶은 광경을 만들기 위해서 직접 노력하지 않고 남에게 떠맡기는 거 아냐. 결국 나중에는 다른 사람이 힘들게 일구어 놓은 것을 비겁하게 멀리서 지켜보겠지? 일찌감치 포기해버린 주제에... 난... 그게 미치도록 맘에 안 들어."
마타코"............."
(그는 어딘지 모르게 매우 흥분한 사람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푸른 눈동자가 새빨갛게 보일만큼의 끔찍한 살기가, 그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그 살기가 나의 온 몸에 전해져 소름이 끼쳤다.)
(마치 진정한 두려움이라는 것을 지금껏 느껴 본 적이 없던 것처럼)
(생전 처음 느껴보는 듯 한 극도의 두려움이 파도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날 죽일 수 있는 사람이다.)
(생각해보면 그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의 철면피 같은 웃는 얼굴 때문이었을까)
(나도 모르게 지금껏 긴장을 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옷 속에 비수를 숨겨놓아도 모자랄 판국에 말이다.)
카무이"...너도 마찬가지야. 포로나 다름 없는 주제 너무 건방져."
마타코"읏...!"
(그 때, 갑자기 그의 손이 내 턱을 붙잡아 거칠게 들어올렸다.)
(순간 엄청난 힘에 의해 뼈가 부서져버릴 것만 같았다.)
카무이"있지... 내가 왜 널 살려두는지 알아?"
마타코"..........."
카무이"너한텐 이용가치가 있거든. 그래서 그 가증스런 얼굴을 마구 일그러뜨리고 싶어도 참는 거야. 근데 넌 끝까지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더군. 네 바보 같은 면상을 쳐다보는 것도 이젠 질렸어. 슬슬 눈치 채주지 않을래? 살인충동을 참느라 속이 메스꺼워, 토할 것 같다고. 한 번만 더 네 발목에 감긴 사슬을 끊으려 하면 그땐 널 얼굴 없는 시체로 만들어버릴 테니까, 그런줄 알아."
홱 - .
(이윽고 나는 그의 손에 의해 무참히 내팽겨쳐졌다.)
마타코"아얏...!"
(부러질 듯 한 고통, 그에게 붙잡혔던 턱에서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카무이"...생각은 해봤어?"
마타코"콜록, 콜록...! 예, 예...?"
(어느덧 새어나오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서둘러 흐트러진 자세를 고쳐잡았다.)
카무이"이곳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싶은지."
마타코"................"
카무이"보아하니, 벌써부터 너에게 푹 빠진 녀석들이 제법 많던걸.
제법 반반한 얼굴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이정도일 줄은 몰랐어.
하여간 다들 여자를 너무 좋아한다니까...
기왕 이렇게 됐으니, 기뻐해줘. 이곳의 모두에게 사랑받게 된 거잖아?
넌 분명 그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거야."
마타코"마타코는 그런짓 할 수 없어요... 아니, 안 해요."
(안 돼...)
(여기서 울면 안 된다.)
(이 사람은 그저 내가 우는 모습이 보고 싶을 뿐이다.)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내어주어선 안 된다.)
(난 겨우 이정도로 눈물을 쏟는 나약한 여자가 아니라는 걸, 그에게 보여주어야만 한다.)
카무이"난 상대방의 의사까지 신경써주는 친절함 따윈 갖고 있지 않은데, 어쩌나?"
마타코"............."
카무이"난 말야... 이미 옛날에 매말라버렸어....
무엇이든 힘으로 빼앗아 억지로 굴복시켜야만 하고
마음만으로 취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
지금껏 온 세상을 뒤져봤지만
결국 이 손 안에서 견뎌낼 수 있을만큼 강한 것은 찾지 못했어.
끌어안는 방법 같은 건...
그냥 자연스레 머릿속에서 잊혀져버렸어.
처음부터 내겐 무엇이든지 부수는 방법 밖엔 없었던 거야.
그래야만 이 피가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저주 받은 피가 아니라...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는 피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마타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