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저녁)
똑똑똑 - .
(나는 준비한 선물을 살며시 숨기고 그녀의 방을 찾아갔다.)
("들어와.")
(다행히 문을 두드리고나서 얼마지나지 않아 그녀의 대답이 돌아왔다.)
(혹시라도 일찍이 잠들었으면 어쩌나, 했는데...)
(오늘따라 일이 상당히 복잡해지는 바람에, 하마터면 그녀와 만나지 못할 뻔했다.)
덜컥 - .
카무이"...뭐 하고 있었어?"
("그냥 생각을 좀...")
(그녀는 평소와 같이 두 손을 가지런히 무릎 위에 올린 채 소파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고, 늘 그렇듯 기운이 없어 보였다.)
(최근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딱히 이상할만한 것은 아니지만...)
(매번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아려왔다.)
("무슨 일이야?")
카무이"너한테 줄 게 있어."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살며시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붙잡아 손바닥이 천장을 향하도록 뒤집은 뒤)
(나머지 한 쪽 손으로는 품 안의 주머니에서 준비한 선물상자를 꺼냈다.)
카무이"받아줬으면 하는데... 그래줄거야?"
(".........")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일단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지 않으면 그녀가 선물을 받지 않으려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내 진심은 둘째치고... 그녀는 굉장히 야속하니까.)
카무이"받아줘."
(나는 그녀의 손바닥 위에 살며시 상자를 내려놓았다.)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그녀는 마지못해 다섯손가락을 오므리며 그 선물을 받아들였다.)
("...........")
(그리고 상자를 열어 본 후 그녀의 반응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몇 배는 더 냉랭했다.)
카무이"..........."
(나는 굴하지 않고 그녀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카무이"있잖아... 힘들다는 건 알고 있지만... 지나치게 많은 것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려고 하다보면, 굉장히 힘들고 괴로울 거야... 그러니까, 이제 그만 그 반지는..."
("...생각해볼게.")
(그녀는 내 말꼬리를 자르며 홀연히 자신의 의사를 표시했다.)
(당연히 무시당할 거라고 생각했던 내게는 그 정도면 나름 괜찮은 반응이었다.)
(...내가 말 하는 반지란, 다름 아닌 그녀의 약혼반지.)
(그가 죽은 이후로도, 그녀가 줄곧 왼손 약지에 끼고서 생활해왔던 반지다.)
(나는 매일밤 그녀의 방 안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의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결정적인 원인의 제공자는 나지만, 그 기억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존재라고 한다면 나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서 그녀에게서 그 반지를 없애고 싶었다.)
(어디까지나 그녀를 위해서라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
카무이"그래... 알았어. 그럼, 잘 생각해 봐. 난 그만 가볼게."
(뭐가 어쨌든, 일단은 현재의 결과에 만족한다.)
(적어도 그녀가 날 거부하지는 않았으니까.)
터벅 터벅 - .
(설령 진심이 아니라 해도 좋다. 아직은...)
(그녀가 곁에 있어주기만 한다면...)
(참고 견디다 보면 언젠간 그녀도 알아주겠지...)
(지금은 그저, 그렇게 희망을 걸어보는 거다.)
(그리고 결국 그것이 내 마지막 인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