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인"제독, 여자를 데려왔습니다."

카무이"응, 수고했어. 나가 봐."

천인"예."

마타코"..........."

(수하를 돌려보낸 제독은 손에 쥔 펜을 여유로이 움직이며 좀 전부터 하고 있던 일을 계속했다.)
(...딱히 앉으라는 말도 없고, 내가 있다는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스스로 자리를 찾아 앉은 뒤 멍하니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카무이"..........."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마타코"............"

(지금 사람 개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처음엔 의아할 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조금 대담하긴 하지만 나로부터 먼저 입을 열자고 마음 먹었다.)

(일단 심호흡부터 한 다음...)
(당당하게 제독녀석을 불러 이쪽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다.)

마타코"...어이, 제...!!!"

카무이"오래 기다렸지?"

마타코"............"

(그런데 하필이면 그 순간 제독이 입을 열었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꺼내던 말을 다시금 입 안으로 삼켜버렸다.)

카무이"조금 바쁜 일이 생겨서 말이야. 미안, 미안."

마타코"...돼, 됐어요."

카무이"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지?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어. 네가 쓸 곳으로 어떤 방이 좋을까?"

마타코"............"

(뭐야 이녀석...)
(순간 어안이 벙벙해져서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귀병대 간부로서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당당한 모습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녀석의 말에 확실하게 대답하는 거다.)

마타코"...저, 저라면 5성급 호텔의 스위트룸정도면 괜찮을 것 같네요."

(그런데 자신감이 과도했던 걸까...)
(자신이 내뱉은 말에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카무이"난 15평짜리 원룸 하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타코"............"

(진심인 건지, 아니면 내 농담에(진담이었지만) 농담으로 대응한 건지...)
(그는 평소와 같이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타코"마타코는 일류싸움꾼이에요. 그런 대접을 받고는 이곳에 있을 수 없답니다."

카무이"네가 그렇게 말한다 한들 누가 신경이나 쓸까."

마타코"............."

(도대체 뭐야, 이자식...)
(좀 전부터 웃는 얼굴로 은근 사람의 신경을 긁어놓는다.)
(설마하니 날 놀려먹으려고 여기에 오게 한 건 아닐 텐데...)

카무이"불만 있다는 표정이네. 혹시 배고파?"

마타코"아니요..."

카무이"그게 아니면 방에 대한 것 때문인가... 정말로 공주님대접을 해주길 바라는 걸까나?"

마타코"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내심 그랬음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담력이 부족해서 차마 입 밖에 내지는 못할 것 같다.)

카무이"원한다면 해줄 수도 있는데."

마타코"에...?"

카무이"난 해적이야. 내가 가진 거라곤 힘과 금 밖에 없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

마타코"............"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돈 많다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하여간 맘에 안 드는 녀석이다.)

카무이"뭐, 어디까지나 네가 그만큼 가치있는 일을 해준다면 생각해보겠다는 거지만."

마타코"가치라면 충분히 가지고 있어요. 마타코의 실력을 모르시나본데, 마타코는 일류싸움꾼..."

(나는 품 안에서 자신의 주무기인 총을 꺼내며 자연스럽게 손에 쥐었다.)
(내 손에 딱 맞는 그립감. 순간 미소가 저로 지어졌다.)
(그런데 그 때...)

카무이"그 얘길 하는 게 아니야."

(갑자기 제독이 내 총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 총을 내 손과 함께 아래로 내렸다.)

마타코"...?"

카무이"혹시...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라는 동화, 알아?"

마타코"네......"

(제독은 살며시 내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자, 희미하지만 인간의 피냄새가 풍겨왔다.)

(그가 나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그의 파란 눈동자가 왠지 소름이 끼쳤다.)
(그 짧은 순간에 두려움이라도 느꼈던 걸까, 온 몸이 긴장 되기 시작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해적은 해적이구나, 라는...)

카무이"백설공주의 원작에서는 말이야..."

(그보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이 사람은...)

마타코"...?"

카무이"일곱난장이가 백설공주를 하루에 한 번씩 번갈아가며 일주일 내내 강간했다고 하던데. 알고 있었어?"

(그가 하는 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나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나서, 차라리 모르는 채로 나았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카무이"...가끔씩 항해가 길어질 땐 어쩔 수 없이 여자에 굶주리게 되어서 말이야, 내 부하들이. 네가 원한다면 공주님처럼 대해줄게. "

마타코"...뭐라구요 - !"

탕 - !!!

(순간 내 손은 빛의 속도로 총을 들어올려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그러나 그 빛의 속도보다 더 빨랐던 것이 제독의 손이었다.)

(그는 내 팔을 잡아당겨 총알의 궤도를 바꾸며 간단히 나를 제압했다.)
(어느샌가 깨닫고 보니 나는 그에게 팔을 붙잡혀 있었다.)
다섯 번째 이야기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