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준비물 두고 왔다...)
(자신의 정수리에 주먹을 쿡 박고서 다시 한 번 가방 안에서 오늘 수업에 필요한 콤파스를 찾는다.)
(역시나, 어젯밤 과제를 하다가 그대로 내 방 책상 위에 두고 온 듯 하다.)
("내가 요즘 왜 이러지...")
(과제를 할 때도 잘 집중이 안 되고... 어느순간 깨닫고 보면 멍한 상태가 되어 있다.)
(적당히 하고 정신차리지 않으면...)
(오늘 수업은 내가 취약한 과목이라 꼭 들어야 되는데...)
(다른 반에 가서 빌리는 수 밖에 없나.)
터벅 - . 터벅 - .
(교실을 나서서, 옆 반으로 살며시 걸음을 옮긴다.)
(그러고보니, 여긴 카무이네 반이었지.)
드르륵 - .
(아... 있다.)
(그것도 문 바로 정면의 창가쪽에...)
(기왕 이렇게 된 거, 카무이에게 빌리기로 할까.)
(어차피 아는 얼굴이라곤 그밖에 없으니...)
남학생"어이, 카무이 - . 니 '깔' 왔다."
("...?")
(친구들과 즐겁게 웃으며 떠들고 있던 카무이가 문득 이쪽을 돌아본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로 다가온다.)
카무이"무슨 일이야?"
("아... 저, 그게... 콤파스를 좀 빌릴 수 있을까, 해서.")
카무이"아아, 우리도 바로 전 시간에 사용했었어. 잠깐만 기다려?"
(말을 끝마치자마자 곧장 근처의 책상 위에 놓인 콤파스를 집어 내게 건내주는 카무이.)
(감사를 표하며 받아놓으면서도, 뭔가 얼떨떨한 기분이다.)
(그도그럴것이, 카무이 자리는 창가에 놓인 저 책상이 아니었던가...)
("고마워... 수업이 끝나면 바로 돌려줄게.")
카무이"아냐, 천천히 돌려줘도 돼."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들어올리며 자신의 반으로 돌아가려는데, 문득 그의 쓴웃음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유모를 조바심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카무이"손 다치지 않게 조심하구 - ."
(순간, 그의 말 한 마디가 너무나도 귓가에 선명하게 들려온다.)
(등뒤에서 슬쩍 중얼거리듯 말했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한 순간 가슴이 쿵, 하고 크게 뛰더니, 얼굴에 열이 오르기 시작한다...)
..............
(고요한 오후의 교실 안.)
(모처럼 콤파스를 빌려왔는데... 왠지 머릿속이 멍해져서 수업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카무이는 겉보기에는 왠지 조금 무섭고, 다가가기 어려운데...)
(나 때문에 다른 애들과 다투고, 준비물도 빌려주고...)
(생각 이상으로 착한 아이다...)
(사귐성이 좋은 걸 보아, 원래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친절한 걸까.)
(그보다, 아까 카무이의 친구들이 이상한 말을 했었지.)
(깔, 이라니... 대체 그게 무슨 뜻이지...?)
교사"어이, 너. 수업시간에 딴 생각하지 마."
("아... 네, 넷!")
(맞다, 지금은 중요한 수업중이었지...)
교사"이 시간 내로 과제 제출 못하면 점수는 없는 줄 알아."
("네...!")
(큰일이다... 어느순간부턴가 설명을 전부 놓치고 있었어...)
(안 되지, 안 돼. 제대로 집중하지 않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