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의 등교길.)
(온화하게 내리쬐는 햇살이 따스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구슬프게 느껴지는 것이, 오늘도 어제와 같다.)
(그날 밤은 집에 돌아간 뒤에도,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하교길에 만났던 소년의 일을 떠올렸다.)
(상당히 충격적인 경험이기 때문이었을까, 이상하게도 그때의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년의 얼굴이...)
터벅 - . 터벅 - .
(모퉁이를 지나자, '야토공업고등학교'라고 쓰셔진 커다란 학교건물이 시야에 들어선다.)
(오늘도 볼 수 있을까... 카무이.)
(무려 다섯명을 상대로 싸웠으니,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왜일까, 어째서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그 아이를 걱정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그저...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설마하니, 나... 그 애에게 반하기라도 한걸까.)
(하지만... 어제 딱 한 번 얘기를 나눴을 뿐인데...)
남학생1"아...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남학생2"그러게... 역시 너무 이른 거 같은데..."
남학생1"선배들 말로는 이 시간쯤에 등교한다고 했으니... 곧 오겠지 뭐."
("...?")
(잠시 걸음을 멈추고, 두 명의 남학생들이 지키고 서 있는 교문 앞을 바라본다.)
(어제 보았던 그 불량학생들과 비슷한 분위기... 어쩌면 그들과 한패인지도 모른다.)
(큰일이다... 보아하니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어제 멋대로 떠들어대고 도망간 것을 추궁이라도 할 셈인가...)
(등교는 해야하는데, 이대로 교문을 지나갔다간 험한꼴을 당할 게 뻔하다.)
(이럴땐 어떡하면 좋을까...)
남학생1"어, 어이... 저기 봐. 그놈이다..."
남학생2"어라... 진짜..."
남학생1"...너 그 얘기 들었어? 선배, 어제 저녀석한테 얻어터져서, 양쪽 눈이 다 실명할 뻔했다던데..."
남학생2"어... 들었어..."
(문득, 당황한 듯 한 남학생들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저 멀리서부터, 카무이가 교문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
(잠시후, 그가 모퉁이에 숨어 있는 나를 지나쳐 교문 앞,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두 남학생의 앞에 다다른다.)
카무이"너희들... 혹시, 어제 그녀석들의..."
남학생1"네, 네놈하곤 상관 없어. 가던 길이나 계속 가시지...!"
카무이"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보아하니 대상은 내가 아닌 것 같네. 설마하니... 그 여자애를?"
남학생2"우리들 사정이니까, 넌 신경 꺼."
(역시 노리던 건 나였구나...)
(숨어 있길 잘했다...)
(그보다 카무이, 다친덴 없어보이네...)
(따지고보면 내가 까분 탓에 싸움이 격화된 거였는데... 정말 다행이다.)
카무이"신경쓰고싶지 않아도... 너희들이 원한을 가질 대상은 나인데, 어째서 무관한 사람을 괴롭히려는 거야?"
남학생1"그러니까, 너랑은 상관 없다고 말했을 텐데...!"
퍽 - !
(남학생이 소리치자, 카무이가 그의 뒤통수를 살며시 후려치고는 넋살좋게 웃어보인다.)
카무이"말귀를 못알아듣는구나. 난 방금 시비를 걸려거든 나한테 걸라고 했는데 말이지."
남학생2"이게 진짜... 해보자, 이거야?!"
(어쩜 좋지... 또 싸움이 나버렸다...)
(그런데 카무이는 왜 나를 감싸는 걸까...)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카무이"진정해 - . 학교는 싸움을 하는 곳이 아니잖아? 이런데서 쓸데 없이 다투고 있을 시간에 공부를 하자구. 부모님들께서 걱정하시지 않게."
남학생2"...바로 어제 누군가를 때려눕힌 자식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카무이"난 너희와 달리 먼저 시비를 걸지 않는 이상 불필요한 싸움은 하지않아. 덧붙여, 이래뵈도 모범생이라구?"
남학생1"헛소리 집어치워...!"
카무이"헛소리라니, 실제로 난 전국모의고사에서 항상 상위권 안에 들었고, 그건 바른생활이 뒷밭침 되어야지만 가능한 일이야. 너희들한테 말해도 잘 이해를 못하겠지만..."
남학생"지금 장난하냐, 이자식아...!"
퍽 - !
(아주 살며시, 카무이가 남학생의 뒤통수를 또 한 번 후려친다.)
카무이"사람이 진지하게 얘길하고 있는데 무례하게."
남학생2"아오오...!"
(그리고 좀전과 같은 웃는 얼굴...)
(덕분에 두 명의 남학생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난 것 같다.)
(이쯤에서 말려야 하나...)
(조마조마해서 더는 못보겠다...)
(분위기상 카무이가 두사람을 가지고 노는 것 같긴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정말 싸움이 벌어질 것 같고...)
(더는 카무이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다다다다 - .
("저어...! 그만둬주세요...!")
(조심스레 입을 열자, 양손으로 남학생들의 멱살을 잡고 있던 카무이가 이쪽을 돌아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즐거운듯 웃고 있다.)
카무이"그냥 모른척하고 지나가면 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