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교실 안, 홀로 책상 위에 엎드려 있는 붉은 머리카락의 소년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내 인기척에 잠이 깼는지, 머지않아 소년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상체를 일으킨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하다가, 결국에는 눈 앞에 보이는 아무 자리에나 가방을 던져놓고 의자에 앉는다.)
(이렇게 이른 시각에, 학교에 나와 있는 사람이 있다니...)
(따지고보면, 나도 마찬가지지만...)
덜컥 - .
("...?")
(의자가 바닥과 부대끼는 소리.)
(자리에서 일어난 소년이, 살며시 눈을 부비며 내쪽으로 걸어온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과 새하얀 피부, 푸른색 눈동자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
(어느덫 걸음을 멈추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소년.)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슬그머니 시선을 모로 돌리다가, 이내 조심스레 입을 열어본다.)
("아... 안녕...")
(그러자, 소년이 나를 향해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안녕."
(어쩐지... 낯설지 않은 얼굴이다.)
???"신입생 중 유일한 여자라는 게... 너야?"
("으, 응... 아마도...)
(소년이 슬그머니 책상에 걸터앉는다.)
(이런저런 말이 많은 야토공고의 학생치고는 비교적 침착한 분위기다.)
(창가를 통해 들어오는 아침햇살을 받은 얼굴이 뭐랄까... 예쁘다. 목소리도 제법 감미롭다.)
(또래 여자아이의 입장으로써 생각하건대, 소위 말하는... 미소년이다.)
???"어떤 애일까, 궁굼했었어. 남자들 뿐인 이런 흉악한 곳에, 용감하게도 입학을 지원한 여학생."
("........")
(우월한 외모, 그리고 여유로움. 왠지 모르게 그에게 분위기를 압도당하는 기분이 든다.)
(언제 어디에서나 대화의 주도권을 잡을 것만 같은, 녀석이랄까...)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다.)
???"앞으로의 학교생활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어떻게라니...?")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해, 시선을 허공으로 돌린다.)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보나마나, 괴롭힘당할 거 아냐? 너, 혼자서 여자니까."
(나의 대답을 기대하는 듯, 소년의 표정이 좀 더 밝아진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흥미가 있는 듯 하다.)
???"그러한 상황에 대처할 방법 같은 건... 생각해봤어?"
("아... 아니... 아무것도...")
(문득, 따스한 아침햇살이 소년의 어깨너머로부터 쏟아져내린다.)
(어째선지 얼굴이 뜨겁다.)
???"하하핫, 그럼 안 되지 - ."
("...?")
???"여자 혼자서 이런 학교에 지원하면서, 아무런 계획도 없다는 건... 정말이지, 겁이 없다고 밖엔 생각할 수 없는데."
("..............")
???"뭐, 이건 내 기분탓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너라면 어떻게든 해낼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 그래...?")
???"응. 감, 이라고나 할까...? 그냥 처음 봤을 때 딱, 느꼈어."
("...........")
(말 없이 고개를 떨어뜨리자, 문득 머리맡에서 소년의 실소가 들려온다.)
???"저어... 딱히 이상한 뜻은 아니야. 난 그저 너한테서 낯설지 않은 분위기를 느꼈을 뿐... 왠지 모르게, 무엇이든지 이미 알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달까..."
(어째서 이런 아이가 내게 말을 걸어 오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의아하고도 신기한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가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마치, 서로 알고지내던 사이와도 같은...)
???"...맘대로 떠들어서 미안. 그런건 역시 착각이겠지?"
("그, 글쎄...")
(내가 아무런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자, 소년의 웃음소리가 또다시 머리맡에서 들려온다.)
(문득 올려다보니, 그가 어딘지 모르게 쓴웃음을 짓고 있다.)
딩동댕동 - .
(때마침, 아침조회시간을 알리는 학교종소리가 울린다.)
(그러자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가다니... 이제 수업시작인데, 어디를...?")
사실, 난 이 반이 아니거든. 이제 그만 돌아가려고.
("........")
(소년은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잠시 후, 수업은 시작 됐다.)
선생님"에... 그러니까, 여기서... 이러한 공식은..."
(그는 어째서 다른 반에서 잠을 자고 있던 걸까.)
난 여기 바로 옆 반에 있으니까, 나중에 뭔가 도움이 필요하면 와. 그냥 놀러와도 돼고.(터벅터벅, 교실을 떠나가는 소년에게 끝내 물어보지 못했다.)
(그의 이름을... 알아야 찾아가든 말든 할 텐데...)
(어째서 말문이 막혀버렸던 걸까,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