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xx월, xx일 -
(어렸을 적부터 내게는 하나의 철칙이 있다.)
(바로, 이 세상에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공학이라는 학문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야토공고에 지원한 나는, 오늘부터 그곳에서 새학기를 맞이하게 된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공부가 아닌 싸움을 배우는 살벌한 곳이라고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학문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번 년도 신입생 중 여자는 나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때는 다소 경악했지만, 합격통보를 받은 이래, 나는 오로지 공부에만 열중해왔다.)
(세계 제일의 여자엔지니어, 라는 꿈을 위해서.)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하자.")
(아침 일찍 눈을 뜬 나는, 본인답지 않게 그 누구보다 먼저 학교에 도착했다.)
(이보다 늦은 시각에 정문을 지나면, 무서운 날라리들의 협박을 받을 거라는 소문을 들은 탓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첫날이다 보니, 맑은 아침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다.)
(낯선환경에 대한 부담감과, 앞으로 자신에게 닥치게 될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긴장감으로 온 몸이 경직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거리를 거닐어 학교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후로는...)
("어디보자... 내가 배정 받은 반이...")
(건물 안에 들어서서 복도를 걷다보니, 주변에는 온통 남고를 연상시킬만한 흔적들이 가득, 나의 상상을 불허하는 광경이 끝없이 이어졌다.)
(축구공을 맞아 부숴진 벽, 그 위에 낙서 되어 있는 민망한 글과 그림... 솔직히 말하면, 도저히 남녀공학이라고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느순간부턴가 가슴 깊숙한 곳에서 후회심이 밀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애써 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
("난 여기 공부하러 온 거야... 그러니까,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 없어.")
(처음 한국을 떠나 낯선 땅에 발을 디뎠을 때, 내 기분은 더할나위 없이 절망적이었다.)
(아버지의 전근으로 하는 수 없이 붙들려 온 터라, 자신이 무엇을 하면 좋을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는 와중, 내게 희망의 빛이 되어준 것이 바로 공학이라는 학문이었다.)
(그리고 어느덫, 공학은 내 삶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생애 처음으로 꿈이라는 걸 갖게 되었다.)
(그런 다음에는 자연스레 용기가 생겼다.)
(...이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그다지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지만)
(이런 나라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드르륵 - .
(이번만큼은 꼭 내 삶에 가치를 더하는 일을 해보자고, 그렇게 다짐했다.)
(그리고 지금, 앞으로 자신이 생활하게 될 교실의 문을 열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