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따라 속상한 일 때문에 기분이 울적했던 나는 뒷일은 전혀 생각치 않고 되는대로 술을 퍼부었고, 술을 마시던 자리에서 그대로 바닥 위에 엎어져버렸다.)
(그 결과, 결국에는 카무이와 그의 부하들이 나를 찾으러 왔고, 내 대신 술값을 지불한 뒤 나를 데리고 나와주었다.)
("카무이이..... 헤헤헷....")
(나는 아이처럼 그의 품에 안긴 채 검은색 옷깃을 꼭 붙잡으며 홀로 웅얼웅얼 거렸다.)
(한 편 카무이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얼굴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눈앞은 어질어질.)
(시야가 흐릿해서 누가 누군지 잘 알아볼 수가 없다.)
(그저 붉은 계열의 머리카락만 보고서는 아, 카무이구나 하는 정도...)
(애당초 전부 똑같은 검은색 제복을 입고 있으니 말이다.)
카무이"힘들지? 조금만 참아. 금방 방에 데려다줄게."
("으우웅......")
아부토"도대체 무슨 술을 이렇게 퍼마신거야? 나 원 참...! 대장에, 부대장, 간부들까지 이녀석 하나때문에 지구까지 오고... 웃기지도 않는구만."
카무이"...속상한 일이 있었겠지. 너무 나무라지마. 무사했으면 된거야."
아부토"아이고, 정말 눈물 겨운 아내사랑이십니다. 덕분에 아랫것들은 감동의 도가니입니다, 예에."
카무이"...미안, 미안. 일에 착오가 생긴 것에 대해서는 내가 다 책임질게."
아부토"지금 그런 말을 듣자고 이러는 게 아니잖냐! 에휴 - ...!"
(나는 정신이 오락가락한 와중에 고개를 돌려 카무이의 옆에서 성큼성큼 걷고 있는 아부토를 바라보았다.)
(그는 매우 화가 난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아부토오..... 화났져어...?")
아부토"안 났다, 안 났어!"
("근데 왜 그래애.... 내가 모 잘못했엉...?")
카무이"아무 잘못도 안 했어. 그냥 좀 속상한 일이 있어서 몸과 마음이 약해진 것 뿐이야. 걱정 말고 내 어깨에 기대서 한숨 자."
(카무이는 상냥하게 내 등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다독였다.)
(그러나 그 와중에 어째선지 내 관심은 아부토에게 집중적으로 쏠려 있었다.)
("아부토오오오 내가 잘못했어어어어 화내지마아아아")
카무이"엇... 가만히 있어, 위험하잖아...!"
(나는 카무이의 품에 안겨 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대뜸 아부토에게 두 팔을 벌려 그를 껴안으려 했다.)
아부토"이 아가씨, 또 왜 이래 - ?!"
("아부토오 진짜 화났구나아 화 내는거 시러어 화 내지마아....")
(나는 아부토와 카무이가 말리던 말던 신경쓰지 않고 아부토의 옷깃을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
아부토"이거 놔!!! 나 원 - !!!"
("으으웅 화 내지 말라니까아... 우리 사이에 진짜 이러기야 - ?! 자꾸 그러면 나도 화 낸다아?!")
카무이"가만히 있어...! 그러다 다쳐!"
("이 나쁜놈 - !!! 아부토 넌 나쁜 놈이야!!!")
아부토"아악 - !!!"
(그리고 그 다음에는 아부토의 옷깃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그의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을 꽉 움켜쥐었다.)
("나쁜놈 - !!! 아부토 나쁜놈 - !!! 내가 혼내줄거야, 이 나쁜자식 - !!!")
카무이"그만둬 - !"
(카무이는 자꾸만 아부토를 향해 기우는 내 몸을 꼭 끌어안고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느라 진땀을 흘렸다.)
아부토"끄아악 - ! 도대체 뭐하자는거야, 지금 - !!!"
("아프지이이 - ? 이건 어떠냐 - !")
(나는 카무이가 잠시 휘청한 틈을 타 아부토의 머리카락을 끌어당겨 그의 정수리를 콱 물어버렸다.)
아부토"으아아아아악 - !!!"
카무이"그, 그만둬 - !"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내가 술을 깨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매우 피곤해보이는 카무이와 경멸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부토를 보고는 도무지 창피해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고주망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