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저기....... 잠깐 시간 있으세요?"

(조금 전 길을 가는 도중, 한 남자가 나를 불러세웠다.)
(장을 보는 데에 시간을 많이 허비한 터라 서둘러 카무이에게로 돌아가려 했던 나는)
(몇번이고 내 걸음을 멈추려고 했던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리고 겨우 그 목소리를 듣고서 뒤를 돌아봤을 땐)
(어딘가 매우 자신감이 없어보이는 듯 한 한 남자가 고개를 숙인채 내 앞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시간 있냐니... 이건 설마하니... 헌팅...?)
(헌팅같은 걸 수락했다간 카무이가 가만있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런걸 떠나서 남자친구가 있는 사람으로서는 확실하게 거절하지 않으면...)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좀 바빠서요...")

(최대한 예의를 차려서 거절한 후, 나는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옮기려 했다. 그러나, 남자는 나를 다시 불러세웠다.)

남자"저어... 딱 5분이면 되거든요... 제 얘기좀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깔끔한 정장차림에 새하얀 피부)
(언뜻 보면 어느 부잣집에서 가출한 도련님처럼 보이는 인상을 가진 남자)
(그는 뭐가 그리도 떨리는지 자신의 가슴을 쓰러내리며 무언가 말을 꺼내기 위해서 긴장을 풀고 있는 듯 보였다.)

남자"저어........."

("네...?")

남자"저기........ 실은...... 제가....."

(얼른 돌아가지 않으면 카무이에게 혼날텐데...)
(노을이 붉게 물들어 갈수록 점점 마음이 다급해져간다.)
(이러면 안 되지만 남자가 얼른 하고싶은 말을 내뱉고 그만 나를 보내주었으면 싶다.)

남자"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도중, 그가 입을 열었다.)

남자"당신을 사랑합니다...! 첫눈에 반했습니다! 저와 사귀어주세요!"

("..........................")

(순간 나는 돌처럼 굳어버렸다.)
(헌팅이 아니라, 고백이었다니...)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남자"...아, 안 될까요?"

(".............네?")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래선지 나도 모르게 쓸데 없이 '네?'라는 말을 내뱉어버렸다.)
(헌팅이라면 냉정하게 뿌리쳤을텐데)
(이런 진심이 담긴 고백을 받고서야 도저히 그럴 수가 없지 않은가...)

남자"....저와 사귀어주신다면, 평생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귀부인처럼,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하녀들을 부리며 살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역시 보이는 그대로, 그는 어느 부잣집의 도련님임에 틀림이 없다.)
(귀부인처럼, 이라니...)
(듣자하니, 현재 내 생활이 그의 말 그대로다.)
(지금도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카무이의와 그 부하들의 보호를 받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저.......?"

(참...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이럴땐 확실하게 거절해야만 한다.)
(그게 이 남자에게도 상처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남자"받아주실건가요...?"

("그게... 죄송...")

(그때였다.)

(".....................")

(나는 순간 할 말을 잃고 그 자리에서 일시정지상태가 되어버렸다.)
(내 앞에 서 있는 남자의 등 뒤)
(노을을 등지고 천천히 이곳으로 걸어오는)
(카무이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고백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