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늦잠을 자고 일어난 나는 그 날따라 유독 몸이 무거운 듯 해서 아침밥을 먹자마자 곧바로 체중계 위에 올라섰다.)

(30...40...50...60...)

(비교적 낮은 숫자들을 빠르게 지나치고,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한 저울의 눈금은 어느덫 60kg대를 가리키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충격과 당혹스러움에 빠진 나는 한동안 멍하니 저울을 내려다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임무에서 돌아온 카무이는 여느때처럼 '얌전히 기다려준 것에 대한 보상'이라며 나를 위해 선물을 한가득 준비해주었다.)

(케이크부터 시작해 온갖 달콤한 것들... 바라보고 있으면 도저히 먹지 않을 수가 없는 최상의 디저트들을 말이다.)

("와아 - , 맛있겠다!")

(그저 기쁜 마음에 무엇보다 먼저 수저에 손을 뻗은 나는, 문득 낯에 보았던 체중계에 비친 자신의 몸무게를 떠올리고는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렸다.)

("............")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상황을 즐기게 된 걸까, 난.)

(그저 카무이를 기다렸을 뿐, 실제로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지금껏 무얼 그리도 기뻐하며 음식을 먹어치웠던 걸까.)

(문득 그러한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순식간에 기분이 우울해졌다.)

(".........")

(어엿한 어른이라면 누구나가 마땅히 가지고 있어야 할 자립심을, 자신의 모습으로부터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었기에.)

(집에서 귀여움을 받으며 살아가면서도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애완동물처럼, 조금만 생각해보면 사실 나 역시 카무이의 보살핌을 통해서 길러지고 있을 뿐이었다.)

(조금 극단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제법 오랜 시간동안 직업도 없이 평안한 생활에 안주해왔던 것은 사실이었다.)

(평소에도 몇 번씩 그런 생각이 들곤 해서 그에게 말을 꺼낸 적이 여러번 있기는 했지만...)

일 - ? 안 돼 - .
잦은 외출은 너의 안전을 위해서 좋지 않은데다가...
넌 조금만 움직여도 곧장 피곤함을 느끼곤 하니까 머지않아 몸이 허약해져서 병에 걸릴지도 몰라.

내가 없는동안 많이 쓸쓸하겠지만...
그래도 조금만 참아줘.

(내가 무슨 말로 설득하려 해도 끝내 카무이는 허락해주지 않았고, 오히려 나를 더욱 보호하려 들었다.)

(외출횟수를 줄이거나, 부하들을 시켜 보초를 서게 하는 등...)

(애당초 그에게 문제시 되는 것은 내 안전보다도, 내가 주기적으로 방을 비우고 외출을 하게 되는 것에 있었다.)

(내가 그것을 확신할 수 있었던 계기는, 그의 과보호에 지친 나머지 그에게 화를 냈던 날 보았던 그의 살벌한 반응이었다.)

("제발 그만 좀 해...! 넌 그냥 내가 바깥에 나가는 게 싫을 뿐이잖아...!!!")

..........

("내 안전 때문이라는 건 거짓말이야...!!!")


그러는 넌...?

("...?")

너야말로... 거짓말하고 있는 거 아니야?
실은 나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뿐이라던지...

("..........")

그런거라면 나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야.
너의 안전을 생각하는 것 역시 거짓말은 아니지만...
네가 없으면 불안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으니까.
네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난 알 수 있는걸.
가령, 돌아올 길을 생각하며 떠나는 것인지, 아닌지라던가...

그러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너의 마음가짐에 따른 결과야.
네가 멀어지려 하는만큼, 난 끌어당기는 거라구.

(".............")

(그 때, 다시 한 번 화를 내며 그의 말에 반박할 수도 있었지만...)
(어째선지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이미 깨달은 뒤였기에.)
거식증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