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듯 땀을 흘리며 꿈속을 헤메이던 나는 어렴풋이 세 번의 종소리를 듣고서 현재가 세 시라는 것을 깨닫고는 타오르는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무거운 눈꺼풀을 열었다.)

(그리고 선명한 시야를 되찾자마자 눈 앞에 나타난 누군가의 형상에,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런 곳에 있으면... 내가 못찾을 줄 알았어?

(그것은 너무나도 귀에 익었기에 더욱 소름이 끼치는 목소리였다.)

("............")

(돌처럼 굳어버린 나는 입을 열어 비명을 지르지도, 도망을 치지도 못했다.)

(그는 온 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로 나를 꼭 끌어안고 있었고, 어느덫 주변의 하얀 시트와 이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렇게 쏘아붙이고 가면... 날 떠날 수 있을 줄 알았어?

(".............")

절대 그렇겐 안 돼... 아직 100년은 일러.
아니, 100년이 지나도 넌 나로부터 벗어날 수 없어.

(그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내 몸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 힘에 마치 뼈가 부러지고 기도가 끊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케헥, 케헥...!")

그래... 그렇게 괴로워 해.
사랑하는 사이는 괴로움도 함께 나누는 거잖아. 그렇지 - ?

("카, 카무이... 살려..줘...")

엄살 부리지마...
난 20년을 참았는데, 넌 1분도 못 참아?

("수... 숨을... 못 쉬겠...")

아직 멀었어...
적어도 19년 364일 23시간 59분은 더 내 품 안에 있어.

(그는 전혀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 자신의 피투성이 가슴에 내 얼굴을 파묻었다.)

(그대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된 나는 고개를 흔들며 발버둥치다 겨우 숨이 트게 된 사이 다급히 소리쳤다.)

("나... 죽...을지도... 몰라...!")

걱정마... 네가 죽더라도 난 널 사랑하니까.

(나는 더이상 그와 대화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고 죽을 힘을 다 해 그에게 저항했다.)

("이거 놔...")

(그리고 점차 자신이 무기력해져 감을 느끼며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절망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얼굴... 뜨거워... 그렇게 부끄러워?

(내 얼굴이 뜨거운 이유는 결코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안간힘을 쓰다가 혈압이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음이 뻔한데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얼굴을 들어올려 내게 입을 맞췄다.)

("으응... 읏...!")

사랑해... 부탁이니까, 날 밀어내지마.

(그는 오로지 자신이 전하고 싶은 말만을 내뱉고는 다시금 내 입술을 멋대로 빼앗았다.)

("으읏...!")

(전혀 숨을 들이마쉬지 못하는 상황에서 키스까지 강제로 당한 나는 점차 의식이 멀어져 감을 느꼈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고, 더이상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넌 나로부터 도망칠 수 없어.

봐, 난 이렇게 널 붙잡아둘 수 있지만... 넌 아무것도 못하잖아?

(그리고 다시금 희미하게 정신이 들기 시작할 때 즈음, 나의 신체는 그의 팔로부터 해방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내 곁에 있었고, 정중히 내 머리를 한 손으로 받친 채 뺨과 목에 입술을 묻고 있었다.)

(불쾌하고도 음란한 마찰음이 귓가에 들려오자, 극도의 혐오감을 느낀 나는 소리를 지르며 그로부터 떨어졌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처음 하는 일도 아닌데...

자, 부드럽게 해줄 테니까 이리와.

얌전히 있으면 다칠 일도 없어.

("싫어...")

(나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나의 두려움은 내 목소리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그에게 전해졌다.)

한 번만 더 그 소리 하면... 화 낼 거야.

(어둠속에 빛나는 그의 푸른색 눈동자는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서야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을만큼 위협적이었다.)

나... 몸이 차가워졌어. 따뜻한 네 안에 들어가고 싶어. 그래도 되지...?

("싫...")

(내 입술은 움직이다 말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좋아. 조금만 더 그렇게 얌전히 있어.

(이윽고 그는 내게 가까이 밀착해 내가 기대고 있는 벽에 손을 얹으며 빈틈 없이 나를 가두었다.)

(나는 그의 신체가 닿아오는 순간, 그리고 들어오는 순간에 두 눈을 꼭 감으며 비명을 질렀다.)

(어느덫 귓가에 들려오는 그의 옅은 신음소리가 그 상황을 더욱 선명하게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두려움에 떠는 것 외에 나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결국에는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체념하는 수 밖에 없었다.)

("아앗...!")

그래... 그렇게 괴로워해.
내가 느낀 괴로움만큼... 너도...

(그의 집착만큼이나 강하고 사나운 움직임을,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저 아픔에 비명을 지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난 말야... 네가 없을 땐... 네가 없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았어.
솔직하게 말하면, 두 눈 꼭 감고 포기하려고 했어.

근데... 네가 다시 나타났어.

그 때... 난 생각했어.
다시는, 죽어도 널 놓지 않겠다고...

그러니까...
이건 내가 의도한 게 아니야... 네가 한 거지.

넌... 그 때, 날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았어야 했어.

절대로... 하지 말았어야 했어.

("아앗... 아아앗...!")

이제와서 내가 싫다고 해봤자, 이미 늦었단 말이야... 알아들어?

(나는 금방이라도 달아나버릴 듯 한 이성을 부여잡은 채 힘 없이 허공으로 쓰러졌다.)

(그런 나를 그가 붙잡아 끌어안지 안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었을 것이다.)

내가 싫다고 했지? 내 대답은 이거야...

난... 영원히 변하지 않아.
너에 대해서 고민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의심하지도 않아.
결정은 네가 하는 거야. 이것으로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죽는 순간까지 고통 받으며 살 것인지...
♡싫어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