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가 계속되던 어느 날.)

(기분전환겸 산책을 하고 있던 나는 결코 목격해선 안 될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아부토"나 원... 화려하게도 벌였구나.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너?"

카무이"뭘 말이야 - ?"

아부토"이거, 네놈 애인이 알면 분명히 화 낼 거라 생각한다만."

(익숙한 목소리와 낯익은 얼굴. 난간 위에 아무렇게나 걸터 앉은 카무이는, 평상시 볼 수 없었던 잔학한 눈빛과 미소를 띄운 채 정면보다 조금 낮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무수히 많은 시체들이 피의 언덕을 쌓고 있었고, 그것은 나와 같은 인간들이었다.)

("으웁...!!!")

(순식간에 뱃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역한 기운에, 나는 서둘러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충격에 휩싸인 나머지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지만, 그와중에도 두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려 목구멍까지 차오른 비명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그리고 머지않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아부토"정말로 괜찮은 거냐?"

카무이"괜찮아 - . 어차피 그녀는 모르는 일이고 - ."

아부토"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으... 역겨워. 너도 참, 이상한 녀석이군... 인간을 사랑하다가, 증오하다가... 도대체 어느쪽이 진심인 거야?"

카무이"어느쪽도 진심이야 - ."

(그 때의 카무이는, 내가 아는 카무이가 아니었다.)

(마치 타인의 영혼이 빙의한 것처럼, 처음 보는 사람과도 같았다.)

아부토"...아무리 하루사메의 뒤를 캐는 녀석들이었다고는 해도, 이렇게 너덜너덜하게 만들 필요까진 없었잖아. 인간을 그렇게 죽이고도 아직 부족해?"

카무이"사람은 본래 원하는 것을 모두 손에 넣으면 그것에 싫증을 내기 마련이야 - ."

아부토"응...?"

카무이"그녀를 얻기 이전에는 말야... 인간들을 볼 때, 어딘지 모르게 그리운 기분이 들어서 나쁘지 않았는데... 그녀를 손에 얻고 나니, 이젠 꼴도 보기 싫어졌어."

아부토"..........."

카무이"쓸데 없이, 너무 많잖아. 안 그래 - ? 이렇게 많지 않았다면 내가 그녀를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을 텐데...!"

쿵 - .

(그 때, 둔탁한 소리와 함께 또 하나의 사체가 바닥에 내던져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자신의 의식을 잠재운 채 무의식적으로 다시금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아.........")

(그곳에는, 아직 의식이 깨어 있는 인간들이 여러명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마취를 받은 듯, 정신만 깨어 있고 몸은 잠들어 있는 듯 했다.)

(그러한 광경을 보고서, 결론은 하나 밖에 나오지 않았다.)

카무이"인간들은... 어째선지 피냄새만큼은 정말 깨끗하고 좋은 냄새를 풍긴단 말이야..."

(카무이는 그들을 생매장시킬 생각이었다.)

아부토"...함선 내에 피냄새가 진동하면, 언젠가 그녀석도 눈치를 챌 거다."

카무이"그러니까 반은 죽이고, 반은 살려놨잖아 - ? 아부토도 참, 날 야단치기라도 할 생각이야?"

아부토"........."

(그 날 들었던 그의 말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나도 그가 인간에게 품었던 생각과 같이 그를 대하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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