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랑을 하면 서로의 마음 뿐만 아니라 육체까지도 원하게 된다.)
(그리고 사랑을 하면, 그 사람의 현재나 미래 뿐만이 아닌 과거마저도 소유하고 싶어진다.)
(왜냐면, 그사람이 무의식적으로라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떠올린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처받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연인에게 과거에 사귀던 사람이나 관계를 가진 사람에 대해서 묻는 것이다.)
(더욱이 그 사람이 나에게 있어서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어두운 과거마저도 감싸안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불화는, 그것이 상당히 아름다운 일이면서도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우리들에게 깨닫게 해준다.)
("아앗...!")
(눈물을 삼키며 끊임 없이 고통을 호소하다 끝내는 숨이 멎을 듯 한 기분을 느끼며 두려움에 휩싸이는 나.)
(그것은 내가 카무이에 비해 허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단순히 내게 남자경험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나에게 있어서 그와 관계를 갖는 것은, 언제나 짜릿한 쾌감과 그보다 더 한 공포다.)
("아앗... 아아앗...!")
(그런 나와 반면, 카무이는 언제나 평온한 숨결을 유지한다.)
카무이"얌전히 있어... 그러다 다치니까."
("그치만... 아앗...!")
(그는 눈물에 젖은 내 뺨을 어루만지고 나의 가장 취약한 곳을 끊임 없이 찔러대면서도, 마지막까지 여유로움을 잃지 않는다.)
("앗...! 아앗...! 카무이... 나... 이대로 계속 하다간 부숴져 버릴 것 같아...")
(마치 멈추기를 애원하는 듯 한 내 모습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카무이"알았어, 알았어."
(그는 이윽고 내 허리를 강하게 붙잡으며 보다 격렬하게, 나를 집어삼킬 듯 한 움직임을 반복했다.)
("아앗...! 아, 안 돼... 이대로는... 정말로 부숴져버린단 말야...!")
(그것은 나를 위한 진정한 배려였는지, 카무이는 내 애원에 애써 대답하지 않고 내 어깨 위에 자신의 이마를 기대었다.)
("안 돼...!")
(시야가 새하얗게 변하며 절정이 찾아오는 순간, 나는 마치 육체와 영혼이 분리 되는 듯 한 기분을 느끼며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조금씩 시야가 밝아져옴에 따라, 정신을 차리고는 주변을 둘러본다.)
(나는 카무이의 품에 안겨 있고, 카무이는 나를 끌어안은 채 내 머리 맡에 펼쳐놓은 책을 읽고 있다.)
("...카무이, 지금 뭐해?")
(살며시 고개를 들어올리자, 어느덫 내게로 시선을 옮긴 그가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내 뺨을 어루만진다.)
(그와 동시에, 머리맡에서는 책을 덮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알잖아, 나 밤에는 안 자는 거.
(그는 야토족, 야토족은 인간과 달리 아침보다는 밤에 주로 활동한다.)
(그러니 그가 나와 같은 시간에 잠들 수 없는 것도 이해는 된다.)
(아무리 관계를 가진 후라고 해도 말이다.)
("미안... 혼자 보기 좋게 잠들어 버려서...")
(당최 나와 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그가 지칠 리도 없다.)
(이럴 때면, 본의 아니게 걱정을 하게 된다.)
(혹시 카무이는 자신과 비슷한 정도의 체력을 가진 야토족의 여자가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
(말하지 않을 뿐, 사실 인간인 나로서는 한참 부족한 게 아닐까.)
나야 말로 미안... 불필요한 소리를 내서."
(다시금 재우려는 듯, 카무이는 자신의 널찍한 품 안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그러나 이미 잠이 달아나 버린 나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있잖아... 카무이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물어보고 싶은 거...? 그게 뭔데?
(만일 내가 인간이기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면, 다른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
(그렇게 의문을 갖고 보면, 결론은 내가 남자에게 서툴기 때문이라는 것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있잖아... 카무이는... 지금껏 어떤 여자들하고... 얼마나 잤어...?")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는 정상이라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주변으로부터 많은 접대를 받고 있고, 여자가 넘쳐나는 화류가를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한 점을 배제해 두더라도, 그의 잘 빠진 외모와 시원한 웃는 얼굴이라면 충분히 여자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그런건 왜...?
(나를 만나기 전에는 싸움 외에 그 어떤 것에도 흥미가 없었다고 하니, 그만큼 여자에 대해서 가벼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나보다는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그니까, 여태껏 여러사람과 여러가지 일들을 겪어왔을 것이 분명하다.)
("미안... 곤란한 질문이었어?")
(문득 그의 중저음의 목소리가 나를 다그치듯이 들려온 것은, 아마도 내 기분탓이 아닐 것이다.)
아니... 단지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물었을 뿐이야.
(나는 더는 우물쭈물거려서는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그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조심스레 대답했다.)
("그게... 난 카무이 외에 남자경험이 그다지 없으니까... 카무이에게는 불만족스러운 걸까, 하고...")
에...?
(문득 원래의 톤으로 돌아온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하지만 앞서 꽤나 대담한 말을 내뱉은 나는 그런 것과 관계 없이 부끄러움에 몸서리를 치며 그의 품속으로 더욱 파고 들었다.)
("미, 미안... 역시... 이상한 질문이었지...? 대답 안 해도 되니까 신경쓰지마...")
..........
(도대체 내가 무슨 소릴 하는 거지,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나는 그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
(어느덫 내 어깨는 이유 모를 두려움으로 인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