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뭐라고 하든, 무슨 짓을 하든 상관 없어...! 난 더이상 이런 곳에 있고 싶지 않아...! 너도, 네가 하는 일도, 더럽고 끔찍해...! 그러니까 날 좀 내버려 둬...!")

(홀로 자신의 방 안에서 가방 안에 옷가지를 주워넣다가 문득 낯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 나는 손을 멈추고 멍하니 사념에 잠겼다.)

("카무이......")

(그의 손을 뿌리치고 그의 방을 뛰쳐나온 것까진 좋았는데,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스스로가 저질렀던 행동에 조금씩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를 불안하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그의 태도.)

(그는 자신에게서 벗어나 뛰쳐나가는 나를 너무나 쉽게 보내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 전혀 나를 찾지 않았다.)

(평소와 같았다면 내 두 손 두 발을 묶은 뒤 감금시켜도 시원찮았을 것이다.)

(...떠나겠다는, 그가 가장 듣고싶지 않아 했던 말을 그렇게나 잔인하게 내뱉었으니 말이다.)

(".........")

(스스로 이곳을 떠난다며 난리를 치긴 했지만 이렇게 일이 쉽게 돌아갈 줄은 생각치도 못했다.)

(막상 가방을 다 싸고서 떠날 준비를 끝마치고 나니 돌아서기 전, 마지막으로 봤던 그의 얼굴이 눈에 밟힌다.)

카무이"........."

(기억속의 그는 바닥을 향해 시선을 떨어뜨린 채 그곳을 가만히 주시할 뿐,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잠시였지만 가슴 한 구석이 따끔거리는 느낌을 받은 나는 황급히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이제와서 마음 약해지면 안 돼...")

(애당초 떠나고자 마음을 먹고 그에게 상처주는 말을 내뱉었으니, 번복따위 없이 끝까지 그 일을 밀고 나가야 한다.)

(내게는 그저 '상처'라는 말로 풀이 되는, 그냥 '가슴 아픈 정도'인 일이 그에게는 두 배, 세 배의 괴로움이고 고통일 테니까. 같은 일을 반복해선 안 된다.)

("이제 그만 가야지...")

(옷과 여러가지 생필품을 가방 안에 챙겨 넣고 준비를 끝마친 나는 더이상의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서기 위해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손잡이를 잡는 순간...)

똑똑똑 - .

(갑자기 코앞, 그러니까 문 바로 너머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

똑똑똑 - .

(문앞에 가만히 선 채로 대답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기를 한참동안...)
(가슴이 떨리고, 두 손에 땀이 맺혔다.)

똑똑똑 - .

(문득 가방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대로 그와 마주쳐도 괜찮은 걸까...)

(지금 내 모습을 그가 보게 되면, 어쩌면...)

(나는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똑똑똑 - .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음을 굽힐 수는 없다.)

(만약 여기서 내가 포기한다면, 지금까지 그에게 구속당해왔던 생활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

(뒤돌아봤자 낭떨어지일 뿐인 길을 향해 도망쳐 갈 바에야, 여기서 끝장을 보는 편이 낫다.)

(".........")

덜컥 - .

(끝내 마음을 굳게 먹은 나는 문을 열고 그를 맞이했다.)

(금방이라도 떠날 듯 한 차림새로 말이다.)

카무이"........."

(그는 살며시 고개를 들어올려 내 몸을 아래 위로 훑었다.)
(그리고는 시선을 내게 고정시킨 채 지그시 나를 내려다보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

(나 역시 입술을 굳게 닫은 채 침묵을 지켰고, 그렇게 점점 시간이 흘러가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카무이"...쓸데 없는 말은, 이제 더이상 하지 않을게."

("...?")

카무이"...이제 그만 포기할래."

(그는 지친 듯 고개를 떨어뜨렸다.)

카무이"포기할게... 내가..."

(".........")
※전생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