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어둠으로 물든 공간)
(그곳에 누워 홀로 친구들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정처 없이 허공을 바라본다.)
("카구라... 신파치군... 오키타군... 히지카타씨... 콘도씨...")
(나는 며칠 전, 카무이에게 지구로 돌아가겠다며 무작정 반항을 했다.)
(그리고 내 반항을 장난처럼 받아들이던 카무이가 화를 내기 시작한 것은, 머지 않은 일이었다.)
(순간 겁을 상실했던 것일까, 내 입에서는 그의 가슴을 후벼파는 차가운 말들이 끝도 없이 흘러나왔다.)
("이 괴물...! 더러운 손으로 날 만지지 마...! 이 무뢰한...! 폭력배...! 징그러운 천인아...!!!")(뿐만 아니라 나의 손과 발은 지독한 오기를 원동력으로 그를 때리고 밀쳐내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이거 놔...! 내 몸에 손대지 마...! 제발 놔줘...! 날 내버려 둬...! 난 니가 싫어...! 그러니까 가까이 오지 마...! 나한테 이러지 마...!")(그러나, 결과는 늘 그렇듯 각종 억압에 이은 감금 뿐이었다.)
("오토세씨... 캐서린... 타마... 오타에씨...")
(그의 뒤틀린 사랑과 집착, 그리고 짙은 욕망에 너무나도 간단하게 몸을 더럽혀지고, 아무런 힘도 없는 가녀린 풀 한 포기처럼 바닥으로 추락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신스케... 신스케... 신스케... 읏...")
(나는 절망에 잠식되어 영원히 잠들어버릴 것만 같았다.)
("신스케... 신스케... 신스케... 신스케...")
카무이"그 입...아직도 쓸데 없는 말을 내뱉는구나... 또 다시 매를 맞아야지만 내가 원하는 소리를 내어주려나...?"
(카무이... 그는 내게로 다가와 바닥 위에 한 쪽 무릎을 받치며 앉은 뒤 웃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카무이"심술은 그만 부리고... 어제처럼 예쁜 울음소리를 들려주지 않을래?"
("...........")
카무이"너의 머릿속에서 하찮은 인간들의 이름따윈 전부 지워버려. 그리고 내 이름을 불러."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외면해버렸다.)
(그와 얼굴을 마주보고 있으면 지난 밤 느꼈던 찢길듯한 고통이 생생하게 되살아날 것만 같아서...)
(도무지 두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조차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인지, 그는 나의 턱을 거칠게 붙잡으며 강제로 자신을 향하도록 만들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두 눈을 떠야만 했다.)
(그의 손길이 마치 '눈 떠. 장님이 되어서 더이상 앞을 못보게 만들어주길 바라는 게 아니라면.', 하고 말하고 있는 듯 했기 때문에.)
카무이"......."
(그는 어떠한 예고도 없이 나의 입술을 덮친 후, 자신의 입술과 혀로 나를 농락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욕망을 추구해나갔다.)
("으읏...... 응...")
(그 순간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웠지만)
(양 손이 쇠사슬에 묶여 옴짝달짝 할 수 없는 와중에 자신으로부터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바라던대로 된 것이다.)
※신스케... 긴토키... 카츠라... 타츠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