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손에 한 가득 쇼핑백을 들고서, 여유로이 거리 위를 활보하는 즐거운 오후.)
(나는 언니와 함께 서로 손을 맞잡고 마치 사이 좋은 자매처럼 웃고 떠들며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잔뜩 들떠 있었다.)
(함께 거리를 돌아다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쁜데, 앞으로 함선에 돌아가 함께 쇼핑한 옷을 입어보기로 했고...)
(이대로 끝이 아니라, 조금 더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좋았다.)
(그대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시간이 흘러갔다면 참 좋았을 텐데...)
("어라...")
(문득 걸음을 멈춘 언니는 자신의 휴대전화기를 확인한 후, 나를 향해 곤란한 듯 한 시선을 보냈다.)
마타코"왜요? 무슨 일 있어요?"
(그 때까지만 해도, 내 기분은 최상이었다.)
("카무이랑 약속한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마타코"에?"
("마타코랑 노는 게 너무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지 뭐야... 정말 미안...")
(거기에 차가운 물을 쏟아부은 것이, 다름 아닌 제독이었다.)
(나와 함께 한 것이 즐거웠다는 언니의 말에 기쁘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내 기분은 마른 하늘에 벼락을 맞은 듯 황당하고도 씁쓸했다.)
마타코"가야 되나요...?"
(그다지 그녀의 입에서 나를 위한 대답이 나올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은 가슴이 설레기도 했다.)
("응...")
(그러나 역시 현실은 생각한 그대로. 그녀는 제독을 선택했고, 결국 좌절하는 것은 내 쪽이었다.)
(그러한 좌절감이 자연스레 제독을 향한 원망으로 변해갔고, 내 가슴은 괜한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마타코"어째서요...? 매번 제독의 기분에 맞춰줄 필요는 없잖아요. 마타코는 그 사람이 언니를 얽어매어서 자유를 제한하는 걸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치만... 약속한 거고...")
마타코"이대로 가다간, 앞으로도 계속 변하는 건 없을 거에요. 언니에게는 언니의 생활이 있는 건데, 남자친구인 그 사람에게 그걸 제한할 권리가 있는 건가요? 그건 아니라고 봐요."
("마타코의 말도 맞아... 하지만 역시 돌아가지 않으면...")
마타코"가지마세요... 마타코랑 한 약속은 잊으신 거에요? 앞으로 함선에 돌아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잖아요."
("미안... 시간을 제대로 못 본 내 잘못이야.")
마타코"........"
(어째서 내가 이런 곳에서 밀려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남자친구라는 존재가, 그렇게 대단한 건가...?)
(그 사람은 언니를 속박하고, 인간들을 괴롭히며 뻔뻔하게 웃고 있는 위선자일 뿐인데...)
(언니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해서, 모든 게 용서 되는 건 아니다.)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어도, 그녀와 나의 시간을 방해하는 것만은 참을 수 없다.)
("마타코...?")
마타코"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어느덫 자신이 양손을 꽉 쥐고 사념에 잠겨 있었음을 깨달은 나는, 황급히 표정을 밝게 고쳤다.)
마타코"죄송해요. 잠깐 딴 생각을 좀..."
("정말 미안해, 오늘 약속한 건 다음에 꼭 하기로 하자. 난 그만 돌아가야겠어. 그러지 않으면 카무이가 화 낼지도 모르니...")
마타코"...알겠어요. 언니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렇게 하기로 해요. 그대신 약속은 꼭 지켜주셔야 해요?"
("응! 물론이지.")
마타코"저와 한 약속을 잊어버리고, 망할... 아니, 꼬맹이 카구라한테 놀러가시면 안 돼요 - ?"
(그녀가 나를 걱정하지 않도록,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단순히 아쉬워하는 듯, 나는 두 손을 가슴앞으로 가져가며 살며시 뺨을 부풀리고 그녀와 마주보았다.)
("그래, 그래. 반드시 마타코가 있는 곳으로 갈게.")
마타코"헤헷..."
(그저 약속을 받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기쁜데.)
(함께 시간을 보냈다면, 얼마나 더 기뻤을까.)
(남은 시간만이라도 보람 있게 보내자고 생각하며,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길을 앞장섰다.)
마타코"마타코가 하루사메의 함선이 있는 곳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정말? 난 괜찮은데... 기쁘긴 하지만...")
마타코"언제나 보안문제다, 뭐다 해서 혼자 돌아가야만 하셨죠? 마타코라면 괜찮아요. 우리는 같은 편이잖아요?"
(그녀를 위해서, 분명 내게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테니까...)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그 사람을 위한 일을 하지 않으면...)
("같은 편... 그러네. 우리들은...")
마타코"설령 더이상 동맹관계가 아니게 된다고 해도, 마타코는 언제나 언니 편이에요. 그러니까, 언제까지고 이렇게 함께 있을 수 있어요."
("...........")
마타코"언니가 향하는 곳에 언제나 마타코가 있을 테니까, 힘이 되어드릴 테니까, 부디 제 곁에 있어주세요. 알겠죠?"
("응...!")
@질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