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외조사 때, 바로 앞에서 삼켜지는 동료를 보고 새삼스럽게 느낀 것은,

언젠가- 아니, 어쩌면 다음 조사 때 바로, 저 손에 쥐어진 것이 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세상에 남아있는 내 핏줄이 없는 마당에, 미리 안부를 전해놓을 만한 가족은 없다.

지금 내가 기댈 곳은 조사병단, 그리고 너무나도 소중한 나의 동료들.


어느 날- 내가 고깃덩이가 되어 눈을 감을 때 쯔음,

내가 살아있을 적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읽어주기를. 조금은 우울한 맘으로 펜을 들었다.


사각사각 소리가 울리며 누런 종이에 글을 써내려갔다.

유서, 조사병단의 사람이라면 거의 모든 이들이 써봤을 테다.

조금 슬픈 일이기도 하고, 어느 누군가는 부정적인 마음이라 꾸짖을 수도 있겠지만,

이곳은 죽음에 대한 대비책이 언제나 필요한 곳이니까…….


나는 지금까지 미리 유서를 적어놓는 동료들에게서 눈을 돌려왔다.

차라리 유서를 쓸 시간에 더 훈련을 해서 살거야!하고 당당하게 말했었다.


하지만 역시, 함께 웃고 떠들던 소중한 이들이 점점 검은 재로 사라져 버리는 것을 보다보면,

아무리 독한 마음이라도 조금은 약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최근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무척 높아졌다.



「 …브리아나? 뭘 쓰는거야? 」




방금 씻은건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내게 다가오는 그에게서 들키지 않으려 종이를 숨겼다.

하지만 어떻게 스쳐지나간 글귀를 봤는지, 그는 "유서…?" 라고 중얼거렸다.


그렇게 말하는 그가 생각한 것 보다 꽤나 무덤덤해서 조금 의외였기도 했지만,

숨긴 종이를 살며시 꺼내 뒤집어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때까지, 그는 아무 말 없이 펜을 굴리는 내 손을 빤히 바라보다가,

"그래……?"하는 말을 남기며, 이내 등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유서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