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새 무슨 일이 있었느냐-? 하고 묻는다면 아니다.
그와 나는 아침까지 (머리 끝까지 열받은 병장님이 문을 부수고 들어올 때까지) 상에 뻗어 있었으며,
만취한 채로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마신 술 양에 비해 정신은 굉장히 빨리 든 편이다.
병장님께 자진모리장단으로 사이좋게 맞았으니 정신이 안 나면 이상한 거지….
확실히 숙소 내에 술을 반입하고, 훈련까지 빠졌다는 건 아주 무례한 행동이다.
어슴푸레한 기억을 되살려보면, 술기운에 취해 세상모르고 뻗어서 잠들어있는데,
굉장히 큰… 무언가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곤, 이어 또다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한참이나 들렸던 게 기억난다.
나중에 보니, 그 소리는 문을 부수는 소리였으며,
이후에 들린 무언가 깨지는 소리는 술병을 바닥에 내리쳐서 깨부수는 소리였다.
…물론 병장님이.
그 이후 자세하게 어떤 일이 있었느냐 묻는다면,
대충….
맞고, 설교 듣고, 깨진 컵 치우고, 문 다시 달고, 정원 치우고, 방 청소하는 정도.
일개미처럼 발발 거리며 숙취와 근육통에 시달리던 나와 엘런은 다시는 단둘이 술을 마시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바로 필름이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