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는 쌓여있는 보고서 몇 장을 두고 펜을 들었다.
완벽 주의자인 자신이 오늘 하루 치 보고서를 다 작성하지 못했다는 것은 굉장한 시간낭비였다.
막 펜만 들면 찾아와 흐트려놓는 그 녀석 때문.
귀찮다. 솔직히는, 굉장히 귀찮아.
이 일을 하면서 이렇게나 간 크게 출석도장을 찍고 도망가는 녀석은 처음이었다.
그 누가 인류 최강이라 불리우는 불편한 상사에게 틈만 나면 찾아와,
이리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시간을 뺏으려 하겠는가.
" 일 더하기 일이 뭘까요? 귀요미! "
병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할만한 어리석인 장난을 내 앞에 와서 짓꺼릴 때에는,
시간이 참 더럽게도 남아도나보군. 하고 벌레 쫓듯 내보냈을 뿐.
그러나 슬슬 눈에 밟히기 시작하는 여자, 아니… 여자라고 할 수 있나?
애시당초 쓸때없이 눈에 띄는 것이 못마땅했다.
결코 제 감정조차 눈치채지 못하는 멍청이는 아니었기에,
그는 완전히 빠져버리기 이전에 자신이 가지게 된 감정을 알아차렸다.
문득문득 정신을 파고드는 얼굴과 목소리란.
어이가 없어 잠자리에 들려다 말고 찬물을 들이킨 적도 있었다.
쓸모없는 감정.
도저히 자신이 가져서 좋을 것 없는 멍청한 감정이다.
그는 생각했다.
그래봤자 얕은 정 일 뿐,
금세 없앨 수 있으리라.
그래, 단지 호감의 끄나풀일 뿐.
나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