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별 일이 아니었다.
칼에 생긴 오류로 잔뜩 깨진 엘런을 위로하려 그의 방에 갔을 뿐이었고,
침대에 앉아 힘들어하는 그가 너무도 안쓰러워 껴안아 주었을 뿐.
" …잠깐만, 잠깐…! "
대낮부터 이럴 생각은 조금도 없었는데…!
그를 껴안자마자, 그도 내게 손을 두르고 나를 안았다.
어린아이 마냥 달라붙는 그가 괜히 귀여워서,
"그러니까 칼 좀 잘 보지 그랬어."하고 어르듯이 말하며 토닥여주었다.
그러자마자 그의 손이 조금씩 허리로 내려 가더니,
목에서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이질감이 느껴져왔다.
그리고 그대로, 등에 푹신한 질감이 느껴지며- 내 위에는 그가 있었다.
그 때에 든 기분은,
굳이 말하자면 '두려움'이었다.
내가 그에게 몸을 허락한 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한번도 남자를 받아본 적 없는 몸이었고,
굉장히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이기에
언제나 내게 허락을 맡았고- 최대한 나를 존중했다.
가끔씩 필름이 끊겨서 아프다는 말을 못 듣는 때도 있었지만…. 아무튼.
이런 식으로 갑자기 달려드는 낯선 그에 대해서는
"내가 쉬워진건가."하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그는 목에 입을 묻고 잠시 혀를 놀리다 말고,
새빨개진 내 얼굴을 보고 자신도 얼굴을 한껏 붉히더니,
내 위에서 일어나 바로 내 손을 잡고 나도 일으켜 세웠다.
그때까지도, 끝까지 나와 눈은 마주치지 않았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하는 사춘기 소년마냥,
목까지 새빨개져서는 한다는 말이란….
「 …후…훈련 준비하자! 」
내 제복을 매만져주며 말하는 그.
…역시 아직 어린애.
♥안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