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가서 씻은 후에
어딘가 노곤해져 나도 모르게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
평소였더라면 깨어서 룸메이트들과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눌 시간.
그러다가 소등시간이 몇 분이 지나서 잠들고는 했다.
누워있기는 했지만,
솔직히는 생활 습관이 밴 것인지 엄청난 피곤함이 느껴져도 잠이 들지가 않았다.
원래 점호시간 이후에는 숙소 밖으로 나오는 것이 금지되어있다.
이에 반발하는 이들이 몇 명 있었지만,
목숨을 거는 위험한 일인만큼 취침시간은 꼭 지켜야 했다.
딱히 따로 누가 일일이 검사를 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취침시간에 다른 짓을 하는 것이 어쩌다 적발되면
꽤 성가셔진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어서,
취침시간에 나가는 일은 굉장히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잠들어있는 새벽 2시.
발소리를 죽이고 천천히 숙소 건물을 나와서 잠시 걸었다.
창문으로 깨어있는 누군가에게 내가 보일까,
창문에 보이지 않는 구석 쪽으로 사박사박 걸었다.
먹물을 잔뜩 부어놓은 듯한 새까만 하늘 위에 별 몇 개가 칠해진듯 빛나고 있었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밤중에 깨어있다는 건 꽤 짜릿한 일.
가장 누군가에게 들킬 일이 없는 훈련장 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보이는 인기척에 갸웃하며 뒤로 물러섰지만,
익숙한 실루엣을 눈치채고
제대로 확인하기도 전에 엘런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 엘런 - ? "
놀랐는지 잠시 들썩거리는 실루엣이 보이고,
그런 그를 보며 키득키득 웃자, 천천히 그 실루엣이 내게 다가왔다.
「 …? 뭐야, 브리아나 - ? 」
그는 무슨 일이냐는 듯, 내 얼굴을 보고 잠시 멈추어 있었다.
어째서 이런 밤중에 나와 있느냐고 묻는 엘런의 말에,
너야말로 - 하고 대꾸했다.
「 그냥 - . 밤 공기는 좋잖아. 」
그런 그에게 베실 웃으며 '나도 그래.'하고 말하자,
그는 들키면 성가셔지니 목소리를 죽이라며 손가락을 입술에 갔다 댔고,
그런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를 죽였다.
밤 공기도 좋지만,
역시 밤에 나오면 밤하늘은 정말 장관이다.
새까맣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어두운 하늘일 뿐인데.
느낌 때문일까.
저 간단한 검은색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여, 자꾸 올려다보게 된다.
계속 서 있다 보니 다리가 저려왔다.
코니가 몇백 년 된 의자 같다고 킥킥 웃으며 가리켰던,
삐걱거리는 소리가 꽤 재미있는, 낡은 나무 의자에 앉았다.
엘런도 그런 나를 보고서 옆에 따라 앉았고.
아침은 무척 더웠지만,
밤이라서 그런지, 선선한 바람이 불어 조금 추웠다.
「 ...훈련은 힘든 거 없어? 」
" 응. 괜찮아. 넌? "
「 나도 나쁘지 않아. 」
굉장히 쓸데없는 이야기였고,
그 이후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밤공기와 분위기에 취한 것 인지,
설레는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웠다.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던 순간,
검은 하늘에서 무언가가 반짝하는 것이 보였고,
그와 나는 동시에 서로 바라보며 방금 봤어 - !? 하고 소리쳤다.
동시에 말했다며 서로 소리 내 웃고,
또 올지도 모른다며 둘 다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무슨 일인지 유성은 불확실한 시차로 계속 떨어졌다.
그런 광경을 멍하니 보던 나는 단지 감탄하고 있었는데,
엘런이 그런 나를 보며 이야기했다.
「 옛날에 아르민이 말해줬는데,
별똥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했어.
눈 감고 소원 빌어봐. 」
엘런의 제안에 '좋아.'하며 눈을 감고 재빨리 소원을 빌었다.
영원히 사랑하게 해주세요 - 같은 로맨틱한 소원은 아니었다.
그저…….
소원을 비고 막 눈을 뜨려고 하는데,
엘런이 그런 나를 제지했다.
「 소원을 빈 후에는 눈을 몇 초 동안 감고 있어야 이루어진데. 」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의아한 마음은 가지고 있었지만,
혹시라도 소원이 안 이루어지면 안 되니까.
그의 말에 눈을 꼭 감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리고,
「 .... 」
입술에 느껴지는 낯선 감촉과,
익숙한 향기.
그와 동시에 엉성하게 -
조금 떨리는 손이 내 어깨를 살짝 붙잡았다.
" ...! "
놀란 맘에 눈을 뜨자,
그는 어깨에 올린 한 손으로 내 두 눈을 가리며,
맞닿은 입술을 떼지 않았다.
낯설게 닿는,
어딘가 따뜻한 감촉에 심장은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듯 뛰었다.
얼굴은 뜨거워지고,
떨리는 두 손을 어찌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두고 있는데,
그가 눈치챈 듯 천천히 내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 ....으.. 」
어느 순간 맞닿았던 입술이 굉장히 뜨거워지며 천천히 떼어지고,
얼굴을 볼 틈도 없이 엘런은 나를 꼭 껴안았다.
누구의 심장 소리인지 알지 못하게,
크게 뛰는 심장 소리가 서로에게 들려왔다.
「 ... 잠깐만... 」
나를 껴안은 엘런은,
놀라서 조금 뒤척이는 내게 열에 들뜬 목소리로 속삭였다.
「 잠깐만 이렇게 있자. 」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런 그에게 아무 대답도 없이,
무언가에 취한 듯 나도 그의 허리에 손을 둘렀다.
■유성을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