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곳에 있었나."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음의 고혹적인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욱 낮아져서 그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걸 뒤돌지 않아도 알게 해주었다. 나는 다급하게 품속으로 그것을 숨기고 고개만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시, 신스케님."

"얌전한가 했더니 이런 사고를 치다니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군."



신스케님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뒤에는 반사이님도 계셨다. 반사이님은 나를 보더니 한참 찾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죄송하다 말하며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만 떨구고 있자 신스케님은 짜증이나 화를 내는 대신 나를 타이르듯 차분히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난 귀병대의 총독이다. 그리고 하루사메와 동맹을 맺고 있지. 너는 오늘 귀병대에 가겠다고 나간 뒤 행방불명이 됐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귀병대를 들먹인 시점에서 그들에게 책임이 생긴 거다. 악의는 없었다고는 하나 피해를 줬다.



"네가 무슨 짓을 하던 알바 아니지만 내게 폐를 끼치는 짓은 하지마라."



서늘한 일갈에 죄송하다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슬슬 돌아가자 말하며 발걸음을 재촉하려던 신스케님이 내배가 부풀어 올라 꿈틀거리는 걸 보고 멈춰 섰다.



"뭐지 그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닐 리가. 움직이는데다 제법 크기도 있는데."

"그, 요즘 살이 쪘거든요. 그래서 그런 거예요."



신스케님의 뒤편에 선 반사이님의 어깨가 떨리고 고개가 숙여졌다. 웃음을 참으며 괴로워하고 있는 게 보인다. 신스케님은 내 웃기지도 않는 변명에 아무 반응 없이 예의 서늘한 표정을 지었다.



"(-)"



몸이 움찔 떨렸다. 그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단호한 재촉에 어쩔 수 없이 숨긴 것을 내어놓았다. 겉옷을 풀자 안에서 검은 고양이가 나와 사뿐히 땅에 내려앉았다. 길고양이 치고는 품위 있는 모양새를 가진 그는 뒤돌아 사람들을 올려다보았다. 나른하게 떠진 눈은 짙은 녹색 이었으나 왼쪽 눈은 감겨있었다. 누군가를 많이 닮은 모양새였다. 콕 집어 말하자면 내 앞에 서 있는 이 남자를.

ver.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