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스케 님의 생신을ㅡ위하여! ”

“ 위하여ㅡ! ”



구호 한 번 기똥차게 우렁우렁했다. 골을 뒤흔드는 축배의 함성에 신스케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들 어디서 기차 화통이라도 삶아먹고 온 것인지 일순 배가 출렁이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에도가 천인들의 손에 떨어진지도 거진 십 수 년이 지났다.


그간 신스케가 천인들을 증오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의 자국은 그들의 문명과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여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실현케 만들었다. 이 ‘ 공중누각 ’ 또한 그 중 하나였다. 천공을 떠도는 누각이라는 이름에 이 요정 ( 料亭 ) 은 추하고 방자한 그네들의 취향이 담뿍 담기어 하늘의 가장자리, 지상의 법이 통하지 않는 그 곳에서 온갖 범법행위들을 저질렀다. 그렇기에 이 환상 속 누각은 무조건 예약제로만 운행되며 손님들의 신상정보 역시 철저히 엄수 된다ㅡ고, 가슴을 떵떵거리며 헨페이타는 그에게 이 누각이 얼마나 대단하고 유명하며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이 누각의 예약을 따냈는지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장황한 설명을 해대었다. 우스운 것은, 흡사 영웅전에 가까운 그의 이야기에 꽤나 많은 대원들이 열띤 환호와 맞장구로 화답 해주었다는 것이다.

어쩐지 요 며칠 귀병대 꼬락서니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싶었다.

보고되는 서류는 반 토막이 나있었고 복도는 휑했으며, 참모라는 이는 함선에 앉아있는 꼴을 본 적이 없었고 행동 대원들은 행동을 하지를 않았다. 후에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 총독님의 생신 축하연 준비 때문에……. ’ 라며 변명을 했지만……. 글쎄. 분명 말로는 자신을 위해 주최된 축하연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저 그것을 빌미로 벌어진 대원들의 광란의 먹자판이었다. 저도 모르는 새 귀병대에 유능한 양이지사들이 많이 충원된 듯하다. 명색이 검객이라는 자들이 어찌나 영리하고 눈치가 좋은지, 술 한 모금 안주 한 점 집어먹을 때마다 지치지도 않고 “ 총독님의 탄생을 경축하며ㅡ! ” “ 신스케 님의 생신을 기념하여ㅡ ! ” 따위의 구호로 떳떳하게 자신의 이름과 생년생시를 파는데, 그 수가 반 시진 만에 두 자리 수를 훌쩍 넘어섰다. 말단들이 저러는 것은 차라리 납득하기 쉬웠다. 그러나 신스케는 믿었던 마타코가 헨페이타와 어깨동무를 하고 몸소 술독의 깊이를 재고, 내심 귀병대에서 가장 점잖은 이로 꼽았던 반사이가 병나발에 숟가락을 꽂고선 그것을 마이크삼아 아이돌 가수 츠우의 히트송 메들리를 열창할 즈음 입에서 맴돌던 수많은 말들을 한 모금의 술과 함께 모두 속 안으로 흘려 보내야 했다. 겨우 반 시진이 지났을 뿐인데 연회의 주인공은 병풍 앞에 앉아 홀로 자작을 하고 있고 그의 사람들은 모두 시뻘건 낯짝으로 그들만의 연회를 만끽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 황당무계한 연출에 신스케는 그저 침묵으로 일관 했다. 자신의 사람들이 자신을 팔아 지들만의 먹자판을 만들었다.

저 허무맹랑한 이들을 어찌 심판해야 좋을까.

고민하며 그가 빈 술잔에 스스로 술을 부어 담았다. 그가 막 잔을 입으로 가져가려는 찰나였다. 고운 자태의 유녀 하나가 그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고 그에게 귓속말을 전했다. “ 전화 오셨습니다. ”



“ 전화? ”



의아함에 그가 되물었다. 명색이 현상수배범인 그에게 전화를 걸 만한 인물들은 대부분 이 누각에서 제 이름을 앞세워 인생을 시궁창에 버리느라 바빴기에 신스케는 전화의 출처를 쉬이 짐작할 수가 없었다. 입 근처를 배회하던 잔을 내리자, 곧 그의 앞으로 다이얼이 달린 기계식 전화기가 대령되었다. 유녀가 두 손으로 공손히 수화기를 건넸다. 먼지 한 톨 없이 반지르르한 수화기를 손 안에 쥐고 귀 언저리에 가져다댔다. 그대로 가만히 앉아 숨소리를 죽이고 있으니, 적막하던 수화기 너머로 가녀린 목소리가 머뭇거리며 흘러들어왔다. “ 신스케 님? ”



“ 아, ”



있었다, 감히 그에게 전화를 걸 만한 대범한 인물이. 익숙한 목소리와 익숙한 호칭에 그가 대답인지 감탄인지 모를 탄식을 짧게 소리 내었다. 전화로 듣는 그녀의 음성은 원래의 목소리보다 조금 더 낮고 조용했으며, 그러나 원래의 목소리와 똑같이 담담하고 조곤조곤 예의발랐다. 수화기를 고쳐들고 남아도는 손으론 톡 톡 술잔 끝을 두들겼다. 채 마시지 못한 술이 넘실거리는 것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2016 . 08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