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이곳저곳을 떠돌던 함선이 지구에 정박한지도 어언 한 달. 그러나 나는 지구 땅에 발을 밟아보기는 고사하고 공기조차 마셔보지 못했다. 말인즉 함선 밖으로 나가보지도 못했단 소리다. 거기다 다들 뭐가 그리 바쁜지 언제나 내 옆에 찰싹 붙어있던 카무이 얼굴도 못 본지 오래다. 선원들에게 묻자 카무이는 바쁜데다 아부토씨는 잠조차 제대로 못자며 이리저리 뛰어다닌다고 들었다.


그 결과 나는 지금 이 배에서 완전히 방치당하고 있다. 처음엔 다들 바쁘구나, 하고 얌전히 두 사람이 일을 끝내고 돌아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평소엔 카무이, 아부토씨와 얘기를 나누거나 소소한 장난을 치거나 귀병대에 놀러가는 게 일상이어서 몰랐지만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나는 놀라울 정도로 할 일이 없다.


근 한 달간 내 일상은 느지막하게 일어나 멍하니 앉아있다 점심을 먹고 또 멍하니 있다 깜박 잠이 들었다 일어나 저녁을 먹고 다시 자는 걸로 반복되고 있었다.

결국 나는 폭발했다.



"방치를 해도 놀 거리를 주고 방치를 하던가! 독방에 갇힌 죄수와 다를 게 뭐야?!"



개나 고양이도 장난감이 있고 햄스터도 쳇바퀴 돌리고 노는데 나는 아무것도 없다. 주인이나 마찬가지인 카무이가 없으면 그야말로 참담할 정도로 할 일이 없고 할 게 없다. 차라리 일거리라도 있었으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그것조차 없다. 카무이가 내게 준 선물은 먹을거리와 먹을 것과 간식, 주전부리와 때때로 옷과 장신구뿐이니 지금의 내겐 하등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


이러다간 과다수면으로 죽거나 심심해서 죽거나 외로워서 죽거나 어찌됐든 죽을 거다. 한계치에 다다른 스트레스도 스트레스지만 더욱 나를 초조하게 만드는 건 일이 끝나고 나면 내 생각 따윈 하지 않고 바로 우주로 배를 띄울 녀석이다. 오랜만에 온 고향인데 그냥 떠나는 건 너무 속이 쓰리다.


이 정도면 많이 참았다. 아부토씨는 오늘도 바쁜데다 카무이는 원로들에게 호출이 있다고 들었다. 나는 오늘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끼 와 고
-느즈므님에게 사랑을 담아-

by.사랑니


ver.토끼
ver.고양이

토끼와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