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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붉은 홍등의 야릇함 아래에서 신스케는 제 맘 내키는 대로 설렁 설렁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향락과 사치의 도시 요시와라.


낮과 밤이 뒤 바뀐 이 도시는 매혹적인 색채로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고, 알맞게 데워진 사케는 목 넘김이 제법 그럴싸했다. 만족스러운 자리이다. 술이 담긴 병도 술을 담는 잔도, 닫힌 문 너머로 흘러드는 유녀들의 간드러진 웃음소리와 방에 남아 있는 달큼한 분 내. 하다못해 바닥에 깔린 다다미마저 신스케가 앉은 이 방은 요시와라에서도 가장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 상황이 퍽 우스워 신스케는 잔을 든 손을 일부러 한량처럼 까딱였다 . ' 너도 한 잔 들라 ' 는 그 의도 다분한 손짓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어린 사내는 그저 그린 듯한 얼굴로 그린 듯한 웃음을 지을 뿐 도통 같이 잔을 들 기미를 보이진 않는다.


ㅡ츳.


마신 술에 비해 전혀 무뎌지지 않은 혓바닥으로 가볍게 혀를 찬 신스케가 무료한 얼굴을 하고선 고개를 뒤로 젖혔다.



" 참 나, 너도 참 어지간히도 재미없게 사는 군. 이 도시가 전부 네 건데.
술도 여자도 즐기질 않는 요시와라의 주인은 대체 어디에서 재미를 본 다지? "




궁금한 데 귀 뜸 좀 주지 그래, 카무이.


아무렇지 않아 보이면서도 설핏 도발에 가까운 말이 슬쩍 카무이를 떠본다.

어깨를 으쓱 할 뿐, 카무이는 술을 넘기지도 달리 신스케에게 대꾸를 하지도 않았다. 그나 자신이나 서로의 기분을 고려 해 줄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었고, 그렇다고 저깟 도발에 홀랑 넘어 가 버릴 만큼 나쁜 사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모두가 탐내는 황금 패 이자 동시에 미적지근 그저 그런 느낌의 동료. 그 중간 이도 저도 아닌 곳에 두 사람이 속해 있었다.


양이지사 귀병대와 우주 해적 하루사메.


지구에서 우위를 가리기 어려울 만큼 악명 높은 두 개의 무리는 놀랍게도 역사에 다시 없을 완벽한 동맹 관계에 있었다. 무엇 보다도, 각 곳의 대장과 제독인 신스케와 카무이가 이 말도 안 되는 아이러니한 동료 행세를 재미있어 했다.

선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그들은 우연을 가장하여 가끔씩 짧은 어울림의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섣달그믐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