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러포즈는 아니야. 그냥 고백 한 거지.
베로니카 너한테도 했었잖아. 새삼스럽게 웬 난리야? ”


“ ……그건 네가 제일 잘 알거 아니야. ”



물론 잘 알고 있다. 지금의 재프는 이전과 달랐다.

비단 베로니카뿐만이 아니라 제니퍼, 산드라, 케서린, 에이미……. 재프는 줄곧 많은 여자들에게 추파를 날렸고 그녀들에게 진심으로 빠져있었다. 얼마 전까지는 베로니카의 가슴을 사랑했고, 그 이전엔 제니퍼의 야살스러운 얼굴을 사랑했으며, 산드라의 테크닉을, 캐서린의 허리 라인을, 에이미의 탐스러운 금발에 푹 매료되어 있었다.


여자가 몇 명이 되었던 그 때의 재프는 적어도 진심으로 그녀들을 사랑했다.


반반한 낯짝도 어느 정돈 힘을 실어주었겠지만 억대의 상속 녀인 에이미를, 콧대 높은 산드라를, 그리고 이미 남편이 있는 베로니카를 꼬셔낼 수 있던 재프의 주된 무기는 바로 그의 물불 가리지 않는 열렬함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진실성에 있었다. 여자들이 돈벌이도 시원찮은 기둥 서방을 두고 괜히 치정싸움을 벌이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몸이 됐던 마음이 됐던 재프는 그 순간 만큼은 진심을 다해 그녀들을 사랑했다. 다만. 재프의 이번 상대가 이전의 그녀들과는 살짝 다른 케이스였을 뿐이다.


사실 재프의 취향은 베로니카처럼 쭉쭉빵빵 볼륨감 있는 누님 스타일이었다.
머리는 금발. 눈은 초록 색.


그러니 미친 동안 미모를 가진 키 작은 동양인은 귀엽기는 해도 제 취향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러나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재프는 그 날 그 순간, 그냥 딱 한 번 쳐다 봤을 뿐인데도, 그 자리에서 바로 뿅 하고 사랑에 빠지고 만 것이다. 문자 그대로 정말 뿅 하고 그런 기분이 들었다. 베로니카 아닌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분명 차원이 달랐다.

재프는 대답 대신 길게 담배 연기를 뱉어냈다.
베로니카는 이미 예상한 답변이라는 듯 허탈한 음성으로 재차 말을 이었다.



“ 됐어. 오늘은 그냥 당신 얼굴이나 확인해보려고 온 거야. 얼마나 행복한 얼굴인가 구경 좀 해보게. 뭐. 생각보단 좋아 보이네. ”

“ 엥? 이게? ”



그럴 리가 없는데. 깜짝 놀란 재프가 제 얼굴을 더듬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렇게나 사랑을 어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쉬운 뽀뽀 한 번 제대로 못 받은 채 도리어 체인과 스티븐의 계략에 놀아나기 바쁜 요즘이었던 것이다. “ 베로니카 너. 못 본새 가슴은 더 커졌으면서 어째 눈은 좀 나빠진 거 같다? ” 재프의 말에 그녀가 차갑게 조소했다.



“ 어디까지나 내 ‘ 생각보단 ’ 이잖아. 난 재프 당신 얼굴이 좀 더 엉망일 줄 알았거든. 너무 멀쩡해서 불쾌할 정도야. ”

“ 불쾌 수준!? 듣자듣자 하니까 넘하네 진짜! ”

“ 너무한 건 재프 너지.
그래서, 지금부터 너무한 당신 얼굴 내가 엉망으로 만들어 보려고 하거든?

ㅡ자기. 뒤 좀 한 번 돌아봐볼래? ”

Zapp Renfro (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