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이 오늘 왜 그렇게 들 떠 있었는진 모른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을 예정이었나 보지?
밤공기가 서늘하다. 코트를 꺼내어 깡마른 녀석의 몸 위에 걸쳤다. 시야에서 알짱이는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기자 곧장 차가운 바람이 이마를 스쳐 지나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나름 쏠쏠한 날씨이다. 이 괴이한 도시는 해가 기울어도 여전히 안개가 자욱했고 뿌연 안개 속 화려한 네온사인들은 사방에서 위협적으로 번쩍거리기 바쁘다.
딱히 목적이 있던 것도 해야 할 일이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 윌리엄의 몸을 빼앗길 잘 했다고 홀로 생각했다. 사시사철이 잿빛인 동네이니만큼 이런 상쾌함을 맛볼 기회는 그리 잦지 않으므로.
느지막이 찾은 메리 멕베스의 병실은 이미 한 밤중이었다.
불이 꺼진 병실에선 새근거린다 치기엔 지나치게 기운 찬 그녀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간이침대를 꺼내어 그 위에 대충 걸터앉았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바깥 못지않게 서늘했는데, 그걸 굳이 닫아주어야겠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꼭 필요한 일을 제외하고 그는 기본적으로 멕베스 남매의 일에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제아무리 같은 몸을 공유한대도 결론적으로 생판 남인 인간의 일거수일투족에 전부 간섭한다는 건 현실적으로도 피곤한 일일 뿐 더러, 애초에 개인적인 일들에 간섭을 주고 싶지도 않았다. 그들에게 자신은 그저 방해꾼, 못 된 악당일 뿐이니까.
절망이란 건 원래 그렇다. 어느 세기에서나 늘 나쁜 역할을 도맡는다.
좋던 싫던 간에. 그는 제 정체성에 익숙해져 있었다.
“ ……화이트? ”
ㅡ그건 무척이나 이질적인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