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일이군. 너희 집 망나니는 어쩌고? ”

“ 아…그게, 카무이 몰래……. ”

“ 흐음. ”



도청당하고 있을 수도 있겠군, 일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신스케는 굳이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그녀는 가뜩이나 평소에도 속삭이는 듯한 어조를 썼는데, 기계로 전해 듣는 아이의 목소리는 마치 비밀을 속삭이는 듯한 엄중한 분위기를 풍겨댔다. 주변은 여전히 시장 통이 따로 없었고 수화기는 한 손에 다 쥐어질 만큼 작았지만, 신스케는 주변의 소리가 조금씩 옅어지는 것 같은 심상한 기분을 느꼈다. 술잔 안은 여전히 둥근 파문이 출렁 출렁 열심히 일렁이고 있었고 슬쩍 바라 본 창밖은 조금씩 쪽빛으로 어두워지는 중이었다. 신스케가 물었다.



“ 그래서, 대체 무슨 용건이시기에 내게 전화씩 걸으셨나, 그것도 카무이 몰래? ”

“ ……. ”

“ ……. ”



침묵을 틈타 반사이가 술상 위로 올라가 만취한 상태로 테라카도 츠우의 미공개 신곡을 열창하기 이르렀다. 저것도 엄연히 신곡 유출 아닌가. 곡의 제작자가 자신의 곡을 만천하에 유출시키고 있다. 그런 영양가 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비밀을 닮은 목소리가 주저하며 정말로 비밀스런 이야기를 그에게 전했다.



“ 생신 축하드려요, 신스케 님. ”



고작 그 한 마디 하자고 그토록 주저하고 그토록 비밀스러웠나. 오늘 하루 황당무계한 일 한 번 참으로 많이 겪는구나. 허망함에 헛웃음을 흘렸는데 그게 또 용케 수화기 너머까지 스며들었나보다. 다급하게 아이가 말을 덧붙였다. “ 선물을 드리고 싶어요. ”



“ 네가? ”



“ 카무이가 해적질해서 번 돈으로? ”
딱히 비꼴 의향은 아니었으나 완벽히 비꼬는 듯한 말이 탄생했다. 개의하지만 애써 개의치 않은 척 혀를 찬 신스케가 지금 쯤 동근 눈을 막연히 끔뻑이고만 있을 아이를 향해 다시금 입을 열었다. “ 샤미센을. ” “ 네? ” “ 샤미센으로 뭐라도 연주해보던가. 주위가 영 적적해, 술 맛이 없던 참이라서. ”



“ ……적적하시다구요? ”



적적……. 그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중얼거림 뒤로 부스럭 부스럭 무언가 부산스런 소리가 덧씌워졌다. 요전 몇 번인가 연주를 부탁했을 적엔 익숙지 않다며 한사코 손사래를 쳤었는데, 제아무리 생일이라 해도 이렇게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곧장 수락할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어렵고 번거로운 청을 넣을 걸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워하는 것과는 별개로 신스케는 슬슬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수화기를 귓전 바로 옆에 대고 설핏 흘러가듯 희미한 미소를 입술에 머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낙동강 오리알 같던 술과 안주가 맛깔 나는 모양새로 그의 손짓을 기다리고 있었다. 손장난을 멈춘 그가 한참 만에 다시 술잔을 입가에 가져갔다. 내색 없다고 칭찬한 게 바로 조금 전인데 칭찬이 무색하게도 길게 한 숨을 쉰 아이가 한탄스럽게 경고했다. “ 저 진짜로 잘 못해요. ”



“ 네 실력이라면 철저히 비밀로 붙여 줄 테니 걱정 말아라. ”



쐐기를 박는 말에 울며 겨자 먹기 식의 한 숨이 마지막으로 들려오고, 어색한 샤미센의 음률이 천천히, 그러나 또박 또박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채 정제되지 못한 그 소리가 신스케의 고막을 서툴게 자극해간다. 왼 쪽 귀로 들려오는 제 부하들의 떠들썩한 소란 소리와 오른 쪽 귀를 간질이는 서투른 노래가 의외로 제법 잘 어울리는 통에 그는 그만 피식 코웃음을 치고 말았다. 쪽빛이 아름다운 팔월의 어느 날 이었다.

2016 . 08 .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