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타박타박 골목을 벗어났다.
굽이 닳은 게다에선 걸음 소리가 들리질 않았다.

골목에 끝엔 누런 불빛이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위태로운 가로등 하나가 있었다.

내팽개쳐진 쓰레기와 눈살을 찌푸리는 선정적인 전단 문구가 그 곳을 점령하고 있었고, 아이는 거리낌 없이 가로등을 향해 다가갔다. 손을 뻗는다. 개나리 같이 아기자기한 손이 민망할 정도로 직설적인 카바레의 전단지를 통째로 잡아 뜯어 냈다.

그리고 그걸 구겨서, 그 상태 그대로, ‘ 킁. ’



“ ㅡ우와. ”



사르르ㅡ. 단단하던 얼굴 가죽을 무너뜨리며 카무이가 놀람에 탄성을 질렀다.

무려 십 구금짜리 전단지에 시원스레 코를 푼 아이가 미련 없이 콧물 뭍은 전단지를 쓰레기 더미 위에 올려 두었다. 거친 종이 탓에 앙증맞은 코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요시와라의 홍등처럼, 그녀의 화려한 기모노처럼, 그리고 지금, 카무이의 달아오른 양 볼처럼.



" 아부토~ "



' 있지 아부토~ '
카무이가 해죽거리며 기분 좋게 아부토를 불렀다.
순간, 아부토는 생전 처음 맛보는 종류의 불길함을 감지했다.



“ 나 말이야, 지금~ ”

“ 아, 아니 아니! 괘괘괘 괜찮아, 단장. 굳이 말 안 해줘도 돼, 돼, 되거든?! ”

“ 아하. 그으래? 뭐, 그럼 나야 힘 안 쓰고 좋지만♪ ”



맙소사. 티 나다 못해 아주 대놓고 저를 무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카무이는 화를 내거나 아부토를 죽이는 대신 생글 생글 가만히 웃으며 예쁘게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였다.
아부토는 짐짓 두려움에 몸서리를 쳤다.

지나칠 정도로 두 눈을 반짝이며 청초하게 볼을 붉히는 카무이는 무슨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걸 닮아 있었는데, 언뜻 괴리감마저 드는 그 완벽한 조화에 아부토는 파랗게 날 선 소름을 느꼈다.

그것은 분명 있을 리도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존재하지도 않는 가능성이란 놈이 자꾸만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 정말로…. 신기하다니까, 지구인들은……. "



아련하게 읊조린 카무이가 나른히 웃었다.
달디 단 꿈이라도 꾸는 듯 그의 눈동자가 바쁘게 술렁거리고 있었다.

얄궂은 광경이다.

야토 족 출신, 하루사메에 잔인한 소년 제독이 제대로 된 연애 놀이를 할 수 있을 리 만무한데.





불어오는 바람에 처마 밑 풍경이 맑은 소리로 종을 울렸다.
카무이의 머리카락이 길게 흔들린다.

겨울이었다.

운명의 벨이 울리고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