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 저래서 여자들이란……. ”



어디 무서워서 결혼이나 하겠냐……. 소리 내 중얼거린 아부토가 부르르 치를 떨었다.
흔히들 남자의 혈투보다 무서운 게 여자의 암투라고들 하지만, 게다가 물 따귀가 등장한 시점에서 이미 암투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어휴.



팔위에 돋은 소름은 찼지만 마땅히 잠재울 방법이 없었다. 아부토는 결과야 어찌 됐든 매우 흥미로운 광경이긴 했다며 엉거주춤 카무이에게 제 소감을 발표했다. 카무이의 말에 대충이라도 장단을 맞춰주기 위함이었다.
이대로 있다간 아까의 맘고생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몇 안 되던 여자에 대한 자신의 환상까지 개 박살 날 지 모른단 예감에, 그는 일 분이라도 빨리 이 불편한 거리를 뜨고 싶어졌다, 물론 카무이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였지만.



눈가 가득 그린 듯하던 웃음기를 거둔 카무이가 감정 없는 얼굴로 지그시 골목길을 들여다보았다.



그 애는, 콧잔등까지 내려오던 답답한 머리카락이 물에 젖어 축 늘어져 있다.
드러난 얼굴 윤곽이 보기보단 제법 갸름하다.

한 순간에 하수구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지만 묵묵한 입술 모양이 조금도 개의찮은 모습의 아이는 울먹이거나 화내는 법 없이 되레 담담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냥 코를 한 번 훌쩍이고, 소매를 적신 물을 비틀어 짜내고, 그리고 비루먹은 망아지 꼬리처럼 비루하게 묶었던 머리를 끌어 내렸을 뿐이다. 또 한 번, 아까처럼 보기보단 제법 윤기 나는 머리칼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밤 공기는 여전히 차고 조금은 습했다.

아이는 줄곧 시야를 가리던 검은 장막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카무이를 따라 다시금 아이를 관찰하던 아부토가 덩달아 깜짝 놀라 헛숨을 들이켰다. 살짝 초췌하고 더러워져 있긴 하지만, 조금 전 표독스럽지만 아름답던 그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골목 어귀에서 화사하게 피어났다.


또르륵.


매끈한 볼을 타고 자그마한 물방울 들이 두어 번 미끄러졌다. 이미 폭삭 젖어 있었기에 그것이 눈물인지 구정물인지를 분간할 방법 따윈 없었지만 저 담담한 표정만큼은 확실히 진짜였다.

세상에.

아부토는 지금 무슨 잘 만든 마술쇼 한 편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는 방금 전 부족할 것 없던 미모의 유녀가 어째서 저 한낮 몸종을 눈엣가시로 여겼는지 이해했다. 카무이와 신스케처럼 아이도 그녀와 같은 동류였던 것이다.

아름다움만이 전부인 이 도시에서, 그네들은 결코 친해질 수 없을 것이다.
차마 꽃이 피어나기도 전에 일찍이 훼방꾼을 처리했다는 점에서 그녀의 선택이 현명했음을 아부토는 인정했다.

다만 한 가지.

아직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녀는 오늘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실수를 저질렀다.

운명의 벨이 울리고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