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원 색 기모노가 밤중에도 또렷하게 자신을 과시했다.
흑단 같은 머리칼을 한 데 모아 틀어 올리고, 하얀 분에 붉은 연지를 칠한 그녀는 명실상부 요시와라의 소문 난 꽃들 중 하나였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아름다운 매력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이 도시에 태양과 달은 될 수 없었지만, 이 도시에서도 손에 꼽히는 유곽에 살며 매일 매일을 높으신 분들의 부름을 받고 있다. 한 낮 몸 파는 여인에 불과했지만 그녀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그녀는, 정말로 정말로 아름다웠으니까!
“ 알겠니? 너 같이 냄새나고 더러운 꼬맹이가 여기 빌붙을 수 있는 건 전부 다 내 덕이란 말이야! ”
괘씸함에 그녀가 악다구니를 지르며 눈 앞 아이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밀어 냈다.
예쁘게 다듬은 그녀의 손톱이 기다란 앞머리 속 하얀 이마를 쿡쿡 아프게 찔렀다.
화려한 그녀와는 달리 칙칙한 나무 색에 무늬도 장식도 없는 초라한 유카타를 입은 아이가 그녀는 너무 너무 꼴 보기 싫었다. 아이가 잘 못 한 건 없지만ㅡ…,
아니, 아니지. 잘 못 한 게 없긴 왜 없어?
감히 내 심기를 건드렸는데 이 도시에서 그것 보다 큰 잘 못이 있을 리 없잖아?
그녀가 표독스럽게 웃었다. 마침 아이는 청소 중에 있었다.
너 잘 걸렸다, 그런 표정을 지은 그녀가 아이를 위해 친히 몸을 수그려 걸레통을 들어 주었다.
아, 내 가녀린 손목.
넘실거리는 구정물에 행여 손목에 무리라도 갈 세라, 그녀는 실로 눈 깜짝 할 사이 아이의 면전에 잿빛 물을 훅 들이 부었다. 더러운 물보라가 더러운 아이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렸다.
“ 내가 널 위해 특별히 물도 끼얹어 주었으니, 이 기회에 목욕이라도 해 보는 게 어떠니? 물론 그런다고 네 그 꼬질꼬질한 때가 쉽게 빠지진 않겠지만. ”
어쩜 이리도 통쾌할까. 홀가분한 얼굴의 그녀가 입을 가리고 호호 예쁘게 웃었다. ‘ 냄새 다 빠지면 들어오렴, 손님들 놀래실라. ’ 그리 말하고서, 그녀는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단 듯 가벼워진 나무통을 아무렇게나 던져 버렸다.
시간 낭비는 여기까지이다. 요시와라의 하루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고, 그녀의 하루 역시 이제부터 시작 될 터다. 그녀에겐 곧 돈 많고 지위 높은 손님들이 찾아올 테니 몸치장을 서둘러야 했다.
바빠진 그녀는 퀴퀴한 악취를 등지고 잰 걸음으로 골목을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