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저저, 또 저것 좀 보라지.
정말이지 생각하기가 무섭게, 양 볼 가득 빵빵하게 만두를 비축하던 카무이가 돌연 눈을 번뜩이며 어느 집 유곽의 담장 위로 폴짝 뛰어 올랐다. ‘ 여엉차. ’ 예의상 내뱉은 것이 분명한 기합 후, 카무이는 뛰어오를 때만큼이나 뜬금없이 대뜸 두 손을 말고서 그게 망원경인 냥 눈두덩이 위로 가져다 댔다.
저건 또 무슨 해괴망측이람?
가뜩이나 덥수룩한 머리 터럭을 북북 성의 없이 긁은 아부토가 고개를 꺾어 카무이를 쳐다보았다. 뭘 감추기 위한 건진 몰라도 고작 술 집 담장 치곤 그 높이가 꽤나 상당했다.
“ 왜 그래, 단장. 앞에 뭐 재밌는 거라도 있어? ”
“ 흐응. 글쎄~? ”
으으음……. 있는 힘껏 말끝을 늘린 카무이가 미묘하게 답했다.
뜨뜻미지근한 반응과는 달리 조막만한 그의 머리꼭지는 벌써부터 신이 난 고양이 꼬리 마냥 요리 조리 흔들리고 있었지만, 아부토는 그깟 건 그냥 대충 넘어가기로 했다. 하나하나 걸고넘어지기엔 상대가 여간 좋지 못했다.
카무이와 같이 극단적인 마이 페이스의 인물들에겐 그저 적당한 리액션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아부토는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서야 겨우 깨달았다.
“ ……ㅡ으음. 역시, 방금 한 말은 취소할래. 글쎄가 아니고, 저건 확실히 재미있는 내용 같애.
너도 궁금하지? ”
“ 아아, 예이 예이ㅡ. ”
‘ 너도 궁금하지? ’ 가 아니라 ‘ 당장 살고 싶거든 좋은 말 할 때 궁금해 해라 ’ 로 밖에 들리지 않는 질문이 아부토를 덮쳐왔다.
카무이의 협박성 짙은 재촉에 아부토도 그를 따라 남의 집 담장을 꾸역꾸역 올라탔다. 상관을 잘못 모시니 이 나이 먹고 담치기도 하는 구나 싶었다.
아래에서 봤을 땐 비교적 건실해 보이던 게 막상 올라가자니 이렇게 열악할 수가 없었다.
카무이의 발도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상대적으로 그보다 세 치수는 사이즈가 큰 아부토로선 지금 저가 디딘 곳이 담장인지 평균대인지조차 헷갈릴 지경이었다.
좁아터진 담의 폭을 애써 무시한 아부토가 조심조심 카무이의 등 뒤로 걸어갔다. 카무이의 손 만원경이 향하는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얼기설기 엉킨 홍등 너머로 욕망에 가득 찬 거리가 한 눈에 들어 왔다.
깜빡 깜빡.
퍽 순진해 보이는 눈을 예쁘장하게 감았다 뜬 카무이가 별안간 키득 키득 소리 내어 웃었다.
“ 지구인들은 참 신기하단 말이야. ”
카무이가 말했다.
“ 불구경이랑 싸움 구경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는 걸 쟤네는 어떻게 알았을까? 약해 빠진 주제에. ”
얼굴에 걸친 막연한 미소가 뙤약볕 아래에 그것 같이 눈부시기 그지없다. 약아 빠진 단장이 할 소리는 아니지, 하는 말이 금세라도 성대를 비집을 듯 성을 부렸지만 아부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카무이의 눈을 반짝거리게 만든 그 빌어먹을 호기심이라는 감정이 어느 틈엔가 아부토의 지친 눈 위로도 함께 전염되어 왔기 때문이다.
사치와 향락의 틈. 그 붉고 음산한 골목 사이로, 꽃다운 유녀가 투견 마냥 발톱을 세우고 고함을 지르는 모습은 다 늙은 아저씨의 흥미조차 가뿐히 동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