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향만큼은 아니어도 지구의 겨울 역시 몹시 춥기는 매한가지였다.
누구누구 덕분에 팔자에도 없던 외팔 쟁이가 되어 버린 아부토는 우산을 어깨에 끼고 낑낑거리며 낡은 모래 색 망토를 주섬주섬 여몄다. 젠장. 불편해 죽겠다며 은근하게 중얼거리기도 해 봤지만, 정작 제 푸념을 들어야 할 ‘ 누구누구 ’ 는 한 아름 품에 안은 만두 꾸러미에 정신이 팔려 제 부하가 옷을 입던지 찢던지 요만큼의 관심조차 없으니 원.
사건의 발달은 언제나 사소하다.
신스케와 헤어지자 마자 지 옷 얇은 건 생각도 않고선 연신 춥다 춥다 노래를 부르던 카무이는 대문을 나서기가 무섭게 이대로 가다간 유흥가 한 복판에서 산 채로 얼어 죽겠다며 투덜 투덜 불만을 늘어 놓기 시작했었다.
투덜거림은 금방 짜증으로 바뀌었고, 자주 있는 일이긴 하지만, 참담하게도 마지막은 비대한 식욕으로까지 변질되었다.
“ 따뜻한 게 먹고 싶어. ”
우뚝 발 걸음을 멈춘 카무이는 새침한 척 그렇게 말했었다. 벌써 메뉴까지 골라 놨다며.
머릿 속으로 찐빵이나 만두처럼 지구인 들이 길 에서 곧 잘 사 먹는 군것질 거리를 잠시 떠올리던 카무이는 누가 카무이 아니랄까봐 상상에서 바로 실천으로 단계를 넘어섰다. 적당한 협박과 무차별적인 직위 남용, 그리고 똘기 충만한 그 곱상한 미소로 유곽의 주방을 쑥대밭으로 만든 끝에 저가 원하던 갓 쪄낸 지구인 표 찐만두를 갈취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한평생 회만 떠보았다는 일식의 대가가 대성통곡하며 빚은 만두피는 그네가 흘렸던 눈물만큼이나 도톰하면서도 동시에 투명해보였다. 으이그…, 아부토가 고개를 저었다.
“ 단장. 그게 그렇게나 맛있수? ”
‘ 아주 싱글 벙글 이구만. ’ 아부토의 말에, 유곽을 나선 이후 처음으로 카무이가 힐끔 그를 돌아보았다. 손에 쥔 만두를 막 입에 넣으려던 참이었다.
예쁘장한 외관과는 달리 크고 투박한 편인 카무이의 손에 딱 들어찰 만큼 큼지막한 만두에선 아직까지도 희뿌연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 그렇게 봐도 안 줄 거야. 나 혼자 먹기도 모자라거든. ”
─── 누가 달랬냐!!
분노에 찬 고함이 목젖을 마구 흔들어댔지만, 아부토는 떨리는 볼을 억지로 끌어 당겨 웃는 것으로 자신에게 돌아온 턴을 종료해야만 했다.
더럽고 치사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의 눈앞에 있는 건 어쭙잖은 꼬맹이가 아니라 포악한 송곳니를 가진 사나운 맹수였다. 게다가 자신에 상관이었고.
야토, 바다돌이의 아들, 우주해적 하루사메의 최연소 제독.
밀려드는 착잡함에 아부토가 고개 숙여 푹 영겁 같은 한숨을 내뱉었다. 제독이고 자시고, 대체 얼마나 우겨넣을 셈인지 홀쭉하던 볼이 햄스터인 냥 빵빵해져 있는 카무이는 두렵기보단 차라리 우스운 편에 속했다. 카무이가 저러는 게 비단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지만 서도.
그래도 아부토는 요즘 들어 어쩌면, 제게 남은 모든 날 들을 전부 합치더라도, 자신은 절대로 카무이에게 익숙해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기 시작했다.
고작 열여덟 어린애에 불과했지만 아부토에게 있어 카무이의 존재는 이미 걸어 다니는 범우주적 대재앙과 다름이 없었다. 오백 억이 아니라 오천 억, 설사 오십조 억 짜리 슈퍼컴퓨터를 가져오더라도 이 무자비한 소년 제독의 행동을 예측하긴 힘들거다.
제가 모시는 상전은 그런 녀석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