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배에서 내려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을 어귀에 덩그러니 자리한 막과자 집에 들르는 일이었다.

여자가 배에서 내린 지도 꽤 되었다. 어찌 된 연유에선지, 좁아터진 이 마을은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차마 겨울이라 부르기 민망한 날씨가 되어갔다. 해가 저물고 있음에도 햇볕은 마지막 한 자락까지 마냥 따스했고 바다에서 넘어오는 바람은 까닭 없이 유순하기만 하였다.
무슨 마을이 이리도 평화로운지, 파도가 밀려다니는 소리조차 듣기 좋은 음악처럼 잠잠해서 신스케는 이 묘한 기분을 통 감출 수가 없었다.

수수한 차림새의 여자는 이 알 수 없는 마을에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스스럼없이 녹아들었다. 마치 자기네 마을인 양 거리낌 없이 주변을 거닐던 여자가 문득 나타난 막과자 집에 멈칫 걸음을 멈추었다. 뒷짐 진 상태 그대로, 고개만을 기울여 흘끔 가게 안을 들여다본다. 몇 발자국 뒤에서 그녀를 탐색하던 신스케 역시 그녀의 시선을 따라 짧게나마 가게 안을 탐색했다. 주름이 자글자글 한 노파가 계산대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통 별로 놓여있는 알사탕과 줄줄이 달려 있는 과자들은 신스케에게도 자못 낯이 익어 그를 또 한 번 찜찜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만들어 주었다.


두어 번 눈을 깜빡거릴 수 있을 만큼의 짧은 시간 후 여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잰걸음으로 가게로 향하였다.
‘ 뒤도 돌아보지 않고. ’

하루사메를 등에 업어서인지 아니면 원래가 그런 성격인지는 몰라도 배에서 내린 이후 여자는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본 적이 없었다.


덕분에 신스케는 처음의 의도를 완전히 버리고 대놓고 지척에서 여자의 뒤를 밟을 수 있었다. 거리가 가까워지니 많은 새로운 것들이 보였다. 느긋하지만 사뿐 사뿐한 걸음걸이가 뒤에서 볼 때 퍽 단아해서 나쁘지 않다는 점이나, 남루해 보이던 행색이 가까이서 보니 예상외로 단정히 잘 정리되어 있었다는 것. 저따위 종종걸음조차 꽃길을 걷 듯 단아한 것을 보며 신스케는 여자의 평가를 아주 조금 높였다. 그가 감탄하는 사이 카무이의 그녀가 두 손으로 얌전하게 가게의 비닐 문을 당겼다. 운 좋게 울린 문종 소리를 들은 노파가 느리게 고개를 든다.

신스케는 허름한 가게 벽에 등을 기댄 채 시선만으로 가게 안 그녀의 행동을 염탐했다.

여전히 사뿐 사뿐한 걸음으로 주먹만 한 가게를 한 바퀴 둘러 본 여자가 노파와 몇 마디 담소를 나누고, 누런 종이봉투에 이런저런 알 수 없는 것들을 담아 받는 데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그녀는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얌전히 두 손으로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조용한 가운데 녹 슨 경첩이 저 혼자 기괴한 쇳소리를 내었다.


낡은 가게와 어울리지 않는 맑은 문 종소리가 다시 한 번 울린 뒤에야 늙은 노파는 다시 계산대로 돌아가 눈을 감았고, 여자는 봉투를 품에 안고 쫑쫑 가게 밖으로 걸어 나왔다. 아주 눈치가 없는 건 아닌 모양인지 1초 정도, 문을 나서는 여자와 문 밖에 있던 신스케의 눈이 잠시 맞닿아 얽혔다. 빠르게 지나간 얼굴은 몇 걸음 떨어져 보았을 때 보다 조금 더 단정하고 조금 더 갸름하였는데 하얀 볼 위에 뜬 희미한 홍조가 참 앳되어 신스케는 어쩌면 애초 자신이 판단한 것보다 여자가 더 어릴 수도 있겠다 생각을 바꾸었다. 깨닫고 다시 보니 체구도 한참이나 왜소하고, 어깨도 고작 한 줌 밖에 되지를 않는다. 자신을 지나친 여자가 손바닥보다 작을 가게의 평상을 지나치게 넉넉하게 사용하는 모습에서 신스케는 여자의 호칭을 그 ‘ 아이 ’ 나 그 ‘ 소녀 ’ 로 바꿔주어야 하는 게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다행히도 신스케의 고민은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여자의 고사리 만 한 손이 약간 신이 난 모양세로 열심히 봉투 안을 뒤적였다. 항구 마을의 막 과자 집이란 참으로 해괴망측하여서, 흔히 있는 반죽 사탕이나 콜라 맛 젤리 대신 심하게 전병을 닮은 전병 모양의 과자가 그녀의 손에 들려 나왔다. 내내 묵묵하기만 하던 속눈썹이 일순 소소한 웃음기를 내비쳤다. 노을이 지는 바다를 구경하며 여자는 조용히, 신스케가 여태껏 알고 지낸 사람들 중 가장 얌전하고 가장 정갈하게 과자를 베어 먹었다.

이상하게 평화로운 마을과 이상하게 수수한 여자는 신스케로 하여금 자꾸만 불편한 기분이 들도록 하였다.
오밀조밀한 얼굴로 오물오물 군것질을 하는 모습을 보며 신스케는, 제독의 그녀를 제독의 그 아이라 고쳐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