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등 밑에서 본 신스케의 낯빛은 적당히 발긋한 게 평소에 비해 나름 사람답게 보였다.
늘어져 있는 병에 비해 그다지 보통 때와 다를 바 없는 능숙한 손길로 담뱃대에 불을 지피는 신스케를 보며 카무이가 입을 열었다. 파란 눈이 붉은 빛 속에서도 푸르스름한 기운을 띄웠다. ‘ 글쎄ㅡ. ’
“ 그렇대도 억지로 즐기는 척 하는 것 보단 인간 미 넘치지 않아?
게다가, 난 기껏 먹었는데 배도 안 차는 것들은 생리적으로 싫더라. 그게 술이던 여자던간에. ”
“ 호오. 그거 참 고상한 생리 현상이로군. ”
신스케의 이죽거림을 한 귀로 듣고 남은 귀로 흘리며, 카무이는 아랑곳 하지 않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의 빈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일찍이 신스케가 자신에게 따라 주었었던 바로 그 술이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방긋 방긋 웃음을 치는 카무이의 영악함에 신스케가 결국 한 숨처럼 조소했다.
“ 하ㅡ.
카무이, 네 녀석은 네가 제독이란 사실을 다행으로 여겨야 될 거다.
너처럼 사회생활 모르는 바보가 이 지구엔 흔하질 않거든. ”
신스케가 그 잔을 다 비울 무렵 카무이는 이미 유곽을 벗어나고 있었다.
빛 한 점 없는 밤하늘 위론 실낱같은 그믐달이 파르르 몸뚱이를 떨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