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비가 온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카무이는 늘상 보름달만 한 자색 우산을 머리에 쓰고 가벼운 치파오 차림으로 요시와라를 찾아왔다.
첫 한 주 동안 만두 집 졸부인가 싶을 만큼 질리도록 고기 만두를 싸오던 그는 개인 냉장고가 없어 더는 보관할 수 없다는 자신의 말에 살짝 섭섭하게 웃고 나서 그 신물 나는 만두 공급을 암암리에 중단했다.
그리고 그 뒤론 종종 요시와라에 찾아 와 저렇게 담장에 앉아 하루 내내 발장구나 치다가 집으로 돌아 가고, 다음 날 다시 나타났다 또 ‘ 그럼 담에 봐~ ’ 하며 훌쩍 사라지기를 계속 반복했다.
아무래도 저 도련님은 이 거리에 돈을 쓰러 오는 게 아니라 남아도는 시간을 죽이러 오는 듯.
“ 앗, 오늘 청소는 벌써 다 한 거야? 웬 일로 일찍 끝났네. ”
대충한 건 아니지? 하고 농담처럼 되묻는 카무이의 말에 속으로 그래 너 보기 싫어 대충 했노라 몰래 답하곤 먼지 묻은 빗자루를 담벼락에 기대 놓았다.
오늘도 하늘이 가을 못지않게 파랗고 깨끗했다.
올해의 겨울은 유독 삭막해서 눈도 비도 참 귀했다.
이러다 가뭄이 들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요즘 햇빛은 강렬해서 위험하다며 내내 코 끝 까지 우산을 눌러 쓰던 카무이가 웬일로 배꼼 두 눈을 드러냈다. 말끔한 청안이 새침하게 깜빡였다.
“ 그런데 말이야 너, 아까부터 볼은 왜 그렇게 부어 있는 거야?
충치야? 아니면 볼거리? 그것도 아님, 어……. ”
‘ 지구인들은 또 어떤 병에 걸리더라……. ’ 볼이 많이 부어 있다며, 지구인들은 약해서 그런지 잔병치례도 참 많다고 투덜거린 카무이가 아닌 척 말끝을 흐렸다.
충치 말고도 좀 더 그럴싸한 예제가 있는지 찾겠답시고 기억을 더듬던 그는 이내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해죽 가볍게 웃었다.
저 얼굴을 하고 눈썰미까지 좋다니. 인생의 반칙이었다.
새벽녘, 뼈만 남은 앙상한 여인의 손찌검은 별로 아픈 축에도 들지 못했고 실제로 알아차린 이 역시 아무도 없었다.
이 거리는 대체로 타인에게 무심했고 자신은 타인 보다도 못 한 처지의 사람이었다. 아이는 그런 자신의 처지에 익숙했다. ㅡ그런데도.
뻔히 진짜 답을 알고 있는 주제에 저런 간사한 표정을 짓는 카무이를 앞에 두자 그녀는 이제껏 아무렇지 않던 입 안이 아프게 욱신거리는 것 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카무이는, 하나 부터 열 까지 확실히 이상한 사람이었다.
슬슬 이 쯤에서 그만 사라져 주면 좋겠는데…….
여기서 입을 다무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렇다고 괜히 입을 놀려 봤자 가만히 있는 만 못 하다는 것 역시 잘 알기에 아이는 그냥 “ 둘 중 하나요. ” 하고 대충 둘러댔다.
일순, 카무이의 눈이 착각처럼 반짝였다.